항우군이 포위하고 있던 형양성을 탈출한 유방은 소하가 있는 관중으로 왔다. 군을 재정비한 유방은 형양성을 구하러 가겠다고 했다. 장병들을 적의 포위 속에 남겨두고 자기만 탈출해 온 것이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항우는 너무 강했다. 그렇다고 관중에 죽치고 있을 수만 없었다.

유방의 식객 중 원생이란 자가 계책을 내놓았다. “대왕께서 남쪽으로 움직이면 항우가 군대를 이끌고 뒤쫓을 것입니다. 그동안 형양성을 지키고 있는 장병들을 쉬게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신에게 명해 제나라를 손에 넣으면 방비할 곳이 많아진 항우군사를 분산시킬 수 있습니다” 유방은 원생의 계책대로 남쪽에 있는 완성으로 옮겼다.

유방이 완성에 있다는 정보를 들은 항우는 형양성 포위를 풀고 공격의 화살을 남쪽으로 돌렸다. 참모 범증은 유방을 잡으려면 형양성과 성고성부터 함락시키는 것이 상책이라고 항우에게 진언했다. 하지만 유방을 잡고 싶어 견딜 수 없는 항우는 범증의 현책을 거부했다.

항우는 완성을 포위했지만 유방은 싸움에 응하지 않았다. 그 사이 유방을 돕는 팽월이 초나라를 침입, 팽성까지 진격했다는 급보가 날아왔다. 다급해진 항우는 완성의 포위를 풀고 팽월을 토벌하기에 나섰다. 이 틈을 이용, 유방은 완성을 빠져나와 성고성으로 돌아갔다.

천하에 자신의 용맹을 과시하는 것을 제 일로 삼는 항우가 전술적 사고형의 날카로운 송곳 같은 존재인데 비해 유방은 앞을 내다보는 전략적 사고형의 큰 그릇 같은 존재였다. 유방이 성고성으로 들어갔다는 말을 들은 항우는 유방을 뒤쫓아 말머리를 성고성 쪽으로 돌렸다. 성고성에 밀어닥친 항우는 유방을 발견하지 못했다. 장량의 권유로 유방이 이미 한신이 있는 북쪽으로 탈출한 뒤였다. 전술적 사고에 갇혀 유방만 쫓아다니던 항우는 결국 유방에 패하고 말았다.

최순실 사태와 탄핵정국에 편승, 제왕적 초법적인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는 문재인 대선주자의 언행이 전술적 사고형의 항우를 연상케 한다. 광복 이후 72년이 지난 지금 친일청산 강조는 너무 황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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