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시설 의무 설치 대상자 대부분 잘 몰라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 설치 예시
안동시 용상동 지은 지 10년 된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부 정 모(37)씨는 최근 신문을 읽다가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 설치 유예기간 만료가 오는 2월 4일 된다는 기사를 읽고 소방 시설 설치 기준과 소방 시설 구매에 대해 동사무소 등에 문의했지만 ‘잘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영양에서 지은 지 20년 된 단독 주택에 사는 권모(45)씨는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 설치에 대해 “전혀 들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어떤 제도냐?”고 반문했다.

포항시 남구 대이동에 사는 이모(58)씨는 “가정용 소화기를 소방서에서 판매하는 줄 알고 문의했더니 대형마트에서 판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화라고 하지만 일반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홍보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설치 유예기간 만료가 오는 2월 4일로 다가온 가운데 정부가 설치 대상이나 기준 등에 대해 대대적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5년 유예 기간이 끝나는 2012년 이전 지어진 일반 주택에 사는 대부분 시민이 이 제도에 대해 전혀 몰라 새로운 맞춤형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북일보는 오는 2월 4일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 설치 유예기간이 만료를 앞두고 주택용 소방시설의 필요성과 의무 설치 소방시설 설치기준, 소방 시설 구매 방법, 정부 정책 등에 대해 점검해 본다.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화로 갖춰야 할 소방 설비와 설치 예시
△주택 화재 현황 및 소방 설비 설치 현황

국가화재통계시스템 화재 발생 관련 통계 자료에 의하면 최근 2년간 연평균 336건의 화재 중 주택화재가 52건으로 15.4%를 차지하고 있고 그중 일반주택 화재가 65.3%나 된다.

또한 연평균 화재 인명피해 19명 대비 주택화재 인명피해가 9명으로 47.3%를 차지하는데 그중 일반주택 화재의 인명피해가 83.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가 밝힌 최근 3년간 경북에서 발생한 평균 화재 건수는 2천840건으로 이중 주택화재(아파트 포함)는 715건으로 전체화재의 25%를 차지했다.

이 중 554건 77%가 일반주택에서 발생했다.

인명피해 또한 전체화재(3년 평균) 사망자 18명 중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에서 8명(47%)이 발생했으며 이 중 7명이 일반주택에서 화재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주택화재 중 일반주택의 화재 발생률이 높고 인명피해는 일반주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일반주택의 화재예방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주택용 단독경보기 설치를 1977년에 의무화했고 영국은 1991년, 일본은 2006년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를 법적으로 의무화하여 실제 40%의 인명피해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전국 설치율은 20%(2016년 3월 자체 표본조사 결과) 정도에 불과하며, 경북은 2016년 말 기준 도내 초등학생 3,386명을 대상으로 표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택 기초 소방시설 설치율이 21%로 집계다.

이에 따라 정부와 경북소방본부는 2017년도에 40%를 목표로 잡고 설치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며 최종 2025년까지 보급률 95%를 달성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홍보 전단
△ 소방시설 의무화 대상 주택 및 설치 기준

오는 2월 5일부터는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의무설치는 선언적 법률로 위반한다고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매년 주택에서 가장 많은 화재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주택시설에 대한 기초 소방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다.

주택용 기초 소방시설은 소화기와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말하며 지난 2011년에 개정된 소방시설법에 규정에 따라 신규주택은 2012년 2월 5일부터 소방시설 설치가 적용되고 있다.

이 법은 2012년 이후 신축되는 일반주택은 기초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2012년 이전에 지어진 일반 주택은 5년간의 유예 기간을 뒀는데, 이 유예기간 만기일이 2017년 2월 4일이다.

기존주택은 2017년 2월 4일까지 주택관계자가 자진해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대상은 아파트 및 기숙사를 제외한 일반주택(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연립주택, 다세대 주택)에만 해당한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주택에 설치하는 기초적인 소방시설로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를 말한다.

설치기준은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비치하면 되며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방, 거실 등 구획된 실마다 1개씩 설치하면 된다.

소화기 3.3kg 1개의 가격은 2만 원대이며,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7천~1만5000원대로 인터넷 매장 또는 대형 마트, 소방기구 판매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영주소방서가 주택용 소방 시설 홍보를 위해 119 캠페인을 하고 있는 모습
△ 주택용 소방시설 의무화 대비 대책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를 조기에 알려주고 경보를 발해 화재 초기진압 및 신속한 대피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소화기는 화재 초기에 소방차 한 대와 같다”는 유명한 문구처럼 초기 화재 시 소화기는 아주 큰 위력을 발휘하므로 주택 기초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는 화재 예방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수의 소방홍보 관련 담당자들은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에 대해 미설치에 대한 제재규정 없어 아무리 홍보를 해도 실질적 주택 기초 소방 설치 의무화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국민안전처와 경북소방본부는 지난 1월 11일부터 2월 4일까지 집중 홍보 기간으로 지정해 전방위 홍보 캠페인을 추진해 오고 있다.

국민안전처는 주택화재로 인한 인명피해 저감을 위하여 추진하고 있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촉진 종합시책의 일환으로 ‘명절 고향 집,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운동을 전개했다.

경북소방본부는 도내 17개 소방서에 기초 소방시설 설치 지원을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전화 한 통화로 구매에서 현장 설치까지 바로 안내하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문제는 정작 기초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 대상이 되는 일반 주택에 사는 시민들은 이 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소방전문가들은 모든 홍보 매체와 관계기관, 지역단체를 통해 여러모로 홍보하고 설치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설치 대상이 되는 일반 주택 소유주나 사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맨투맨씩 맞춤형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법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의무화에 대해 미설치에 대한 제재규정 마련으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설치율을 높이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정형기 기자
정형기 기자 jeonghk@kyongbuk.com

경북교육청, 안동지역 대학·병원, 경북도 산하기관, 영양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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