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배타적 장벽을 친 사례는 많다. 고대 문명은 도시 성벽이 곧 요람이자 ‘분리’와 ‘지배’의 상징이었다. 장벽은 정복자와 피정복자를 가르고, 나라와 나라를 가른다. 사람과 자연을 가르고, 지식과 문화를 가른다. 남북이 분단돼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을 사랑한 ‘25시’의 작가 게오르규(C. V. Gheorghiu)는 “처음에는 방어를 위해 벽을 쌓지만 그것은 곧 분리의 벽이 되고, 끝내는 형무소의 벽이 되고 만다”고 했다.

장벽이라면 먼저 중국의 만리 장성이 떠오른다. 2200여 년 전부터 쌓기 시작한 인류 최대의 토목공사다. 주요 장벽의 길이만 2천700㎞, 곁가지를 합치면 장장 6천㎞나 된다. 중국은 ‘죽의 장막’으로 유명하다. 1949년 이래 중국은 비 공산권 여러 나라에 대해 극도의 배타적 정책을 폈다. 중국과 자유진영의 국가들 사이에 가로놓인 장벽을 중국의 명산물인 대나무에 비유해 ‘죽의 장막’이라 불렀다. 소련의 비 공산권 여러 나라에 대한 폐쇄정책을 가리키는 ‘철의 장막’과 구별해 중국의 배타적 정책을 가리키는 말이다.

‘철의 장막’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소련과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가 채택한 정치적 비밀주의와 폐쇄성을 자유주의 진영에서 비유적으로 이르는 용어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1946년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

사회주의 공산 진영 중국과 소련이 공통으로 겪은 것은 배타적 장막을 침으로서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장장 3천200㎞의 멕시코 국경 장벽을 설치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한데 이어 이란과 이라크, 시리아, 수단, 리비아, 소말리아, 예멘 등 테러 위험 7개 무슬림 국가 국민에게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하는 초강경 반이민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자유로운 왕래도 막고 나선 것이다. ‘벽을 쌓는 국가는 망하고, 개방하는 국가는 흥한다’ 했다. 트럼프는 그의 선배 대통령 케네디의 “민주주의는 결코 완전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국민을 봉쇄하기 위해, 그들과 우리를 분리하기 위해 장벽을 세워야 할 필요는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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