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유통업계가 ‘부정청탁 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등으로 설 선물세트 매출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지만, 포항지역 유통업계 대다수는 오히려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상품권은 전국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데 반해 지역 유통업계는 오히려 줄어들어 대조를 이뤘다.

31일 이마트 포항 이동점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품목별로 보면 5만원 이상의 선물세트가 주를 이루는 과일(-15%)·축산(-20%)·수산(-11%)이 줄어드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홍삼이 포함된 건강(5.7%)·통조림(4%)·한차(5.1%)가 신장하는 등 5만원 이하 상품이 매출 신장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탑마트 포항 우현점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굴비가 포함된 수산은 지난해 매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로 35.6%나 올랐으며, 홍삼과 비타민이 속한 건강(13.2%)·통조림과 기름이 있는 가공(9.2%)·과일 (5.2%)·커피(3.8%) 등도 신장해 5만원 이하 상품이 선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가의 등심과 갈비가 포함된 축산(정육)은 2.6% 감소세를 보였다.

탑마트는 지난해까지 10만원대가 주를 이루던 과일의 경우 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에 맞춰 4만9천900원을 가장 비싼 제품으로 내놓는 등 모두 5만원 이하로 구성한 것이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상황은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 포항점은 이번 설 선물세트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2% 신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갈비가 반 토막(-92%) 나는 등 더덕과 수삼(-41%)·대하(-8.1%)·굴비(-1%) 등 고가의 상품 매출이 감소했다.

이에 비해 5만원 이하 상품이 대거 포함된 가공은 65%나 신장했으며, 저가의 등심과 안심 세트는 물론 평소 30~40만원대에 육박하던 세트 단가를 10만원대로 낮추는 등 금액별 다양한 상품을 개발한 정육이 33%·‘김영란 세트’처럼 5만원 이하 상품이 확대된 청과는 10%· 웰빙과 효도선물로 꾸준히 인기를 끄는 건강은 8% 늘어났다.

이처럼 매출이 상승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포스코가 흑자로 돌아서며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시민 경제 사정이 다소 나아지면서 소비 심리도 개선된 덕분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지난해 초 집값이 올라 목돈이 많이 필요해 소비를 줄였지만, 올해는 꼭 필요한 곳에 선물해야겠다는 생각이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각 유통업체가 올해 적극적으로 홍보 활동 등에 나선 것도 한몫했다.

이 중 롯데 포항점은 점포 내 유능하고 경험 많은 영업직원을 특판팀에 배치했을 뿐 아니라 각종 행사를 연 것이 고객 발길을 잡은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롯데마트 포항점은 프리미엄 선물로 통하는 갈비(-43%)와 과일(-27%) 등의 매출이 감소하면서 전체 세트 매출이 지난해 대비 0.3% 줄었다.

반면 전국적으로 상품권 매출이 늘어난 가운데 유독 포항지역만 감소한 원인에 대해서는 포항시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달 23일 판매에 들어간 ‘포항 사랑 상품권’이 직접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설에 앞서 ‘해피머니 문화 상품권’과 ‘금강제화 상품권’을 판매한 탑마트 포항 우현점의 매출은 전년보다 41.5% 나 감소했으며, 롯데 포항점의 상품권 매출도 전년 대비 3.3% 줄었다.

반면 신세계 상품권을 판매한 이마트 포항 이동점은 2.8% 신장세를 보이며, 선방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은 “올해는 설 선물로 포항 사랑 상품권을 구매해 직원에게 나눠준 업체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역 대형유통업계의 상품권 판매가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