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도 포항세명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흔히들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로 개를 꼽는다. 언제부터 개가 인간의 반려동물이 되었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최근 유전학 연구에 의하면 약 4만 년 전쯤 늑대에서 유래한 일부 개가 인간에 의해 길들면서 두 종(種)간의 친밀한 관계가 시작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수백만 종의 동물 중에서 유독 개가 가장 사랑받는 것은 우수한 지능, 순종성, 협조 능력, 감정적 반응성 등으로 인해 사냥, 목양, 화물 운반, 보안과 경찰업무, 군사업무, 안내와 장애우 보조 등에서 기특한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서구에서 의료적으로 개를 활용하는 여러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예를 들면, 병원 로비에서 분위기를 띄우거나 의사의 병실 회진을 따라다니면서 입원 환자를 환영해 주고, 예민한 후각으로 소변 냄새를 맡아 방광암을 선별해 내거나 체취를 통해 피부암 등을 찾아내는 등 보다 전문성(?)을 띤 업무들도 있다. 한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개가 환자의 입 냄새를 통해 폐암을 진단해 내는데 97%의 정확성을 보였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뿐만 아니라 잘 훈련된 개를 이용해 심장질환, 암, 정신 질환 등 환자의 치료와 재활을 돕기도 하는데, 주로 개가 환자의 필요에 따라 운동을 같이하거나 환자의 상태 변화에 따라 훈련된 반응을 보이고 재롱도 부리면서 즐거움과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들 치료견을 통해 통증, 불안감, 우울감, 피로도 등이 유의미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효과로 어린아이들의 치과 치료, 암 치료, 장기요양환자의 돌봄, 만성 심부전 환자의 활동치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매 치료 등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관련 영역에서 애완 요법은 더 주목을 받고 있는데, 사람 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닫은 이들도 애완동물과의 상호작용은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애완동물을 쓰다듬기만 해도 뇌에서 엔도르핀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환자에게 긍정적 정서를 불러일으켜 다행감을 높여주고 우울감을 줄여주며, 자존감을 회복시키고, 삶에 대한 관점을 향상시킨다고 한다. 애완 요법에 이용되는 것은 단지 개만이 아니라, 고양이, 거북이, 물고기, 기니피그 등 다양한 동물들이 환자의 선호도에 따라 달리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딱히 애완 요법이라는 것이 시행되는 병원이나 의원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애완 요법이 의료 현장에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애완동물을 집에서 기르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치료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애완동물은 혈압을 낮춰주며, 불안과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진료실에서도 종종 애완동물에 의한 긍정적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근래에도 그랬다. 사별 후 우울증을 강아지로 극복하신 어르신, 재롱부리는 강아지 덕분에 대화가 늘면서 서로 사이가 좋아진 부부, 기르고 싶었던 고양이를 키우게 되면서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더 쉬워진 학생.

애완동물을 소유하고 기르는 데에는 분명 감내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책임감, 시간과 비용, 어느 정도의 신체 활동, 냄새, 이웃의 따가운 눈총 등. 그 일이 누군가에게는 엄두가 안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에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고 느낄 때 애완요법으로 도움을 받는 것은 어떨는지 넌지시 조언을 드리고 싶다. 잘 키운 동물 하나가 열 자식 안 부러울지 누가 알겠는가.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