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늦은 점심을 먹고 있다.

오후 2시 민방위 사이렌이 울리자
마치 멈춰 있었던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숟가락을 들고 있다.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오물거리자
한 사람이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눈을 찡그린다.

한 사람의 입과 또 한 사람의 눈 사이로
사십 년의 오후가 자막처럼 지나간다.

중얼중얼 사라지고 있다.

한 사람이 입안에 남은 음식을 넘기려다
사레에 걸렸는지 연신 기침을 한다.

기침을 할 때마다 고개가 앞뒤로 크게 흔들렸지만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려고 애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느다란 시간을 건너가고 있다.




감상) 문제는 그들이 마주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 마-주-보-며 한 때를 건너고 있다는 것. 그럴 때 시간은 가을 하늘처럼 가을꽃처럼…… 홀로 바다를 바라본 적 있는가. 그곳에서 불현듯 사람을 그리워해본 적 있는가. 시간은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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