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립주의 역사는 깊다. 고립주의(isolationism)는 한마디로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하지 않는 주의다. 미국은 유럽 국가의 내부 문제에 대해 개입하지 않고, 동맹의 체결이나 국제기구에 참가하지 않는 외교정책을 폈다.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은 어떠한 나라와도 복잡한 동맹관계를 맺지 않고 유럽 국가의 국제분쟁에 휘말리는 것을 회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5대 먼로 대통령의 ‘먼로주의’로 더욱 구체화, 미국 외교 정책의 기본원칙이 됐다.

미국은 19세기와 20세기를 통해 고립주의적 외교를 전개하고 그것은 제1, 2차 세계대전 때도 중립을 견지해야 한다는 논거에 이용됐다. 1917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고립주의적 외교를 포기하려고 시도했지만 연방의회 상원의 반대에 부딪혀 국제연맹의 참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 국가에 대한 고립주의는 미국 외교의 전통으로서 확립돼 강한 국가가 된 후에도 존속했다.

하지만 미국은 고립주의적 외교를 추진했던 시대에도 아시아 국가의 국제문제에 깊이 관여했고, 라틴아메리카 국가에 대해서는 적극적 외교를 전개했다. 이처럼 미국의 외교정책에는 한편으로 고립주의의 전통에 기초해 국제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회피하는 소극적 측면을 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유럽 국가의 세력을 배제하고 미국의 세력 확대를 도모하는 이중적 논리를 갖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중심으로 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 고립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전개하고 있다.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세우는 반이민 정책은 극단적 고립주의 양상이다.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세금정책에 무역 상대국들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결국 부메랑이 돼 미국 경제 성장을 위축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의 예상과 달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의 보호무역 정책으로 민간분야에서 480만 개 일자리가 사라지고 아이폰 등 소비재 부족을 유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돈 많은 무슬림 관광객의 발길도 뚝 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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