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대통령에게 "나쁜 놈들 못 막으면 미군 보낸다" ‘위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방을 포함한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써온 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을 거침없이 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대통령과 통화에서는 “‘나쁜 놈들’을 막지 못하면 미군을 내려보내겠다”고 ‘위협’했으며, 호주 총리에게는 그와의 전화통화가 “단연코 최악”이라며 예정시간을 크게 앞당겨 갑자기 끊어 버렸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대선 후보 시절부터 구사해온 수위 높은 표현들을 썼다고 AP통신이 1일 두 정상의 통화 녹취록 발췌본을 인용해 보도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니에토 대통령에게 “거기엔 ‘나쁜 놈들’(Bad hombres·배드 옴브레스)이 많다. 당신들은 그들을 막을 충분한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당신네 군대가 겁을 먹은 것 같다. 우리 군은 그렇지 않으니, 어쩌면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군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ombre’(옴브레)는 ‘사람·남자’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대선 토론회에서도 ‘배드 옴브레스’라는 표현을 써 히스패닉 비하 논란을 불러온 바 있다.

하지만 이 ‘나쁜 놈들’이 마약상인지 이민자인지 아니면 둘 다인지 분명하지 않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앞서 멕시코 웹사이트 ‘아리스테기 노티시아스’도 이날 비슷한 통화 내용을 보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니에토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안겼다”고 표현했다.

이와 관련해 백악관은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멕시코 외무부는 “완전한 거짓”이라며 부인했다.

당시 두 정상의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장벽 건설 강행으로 양국의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통화 후 “니에토 대통령과 매우 좋은 통화를 했다”고 확인하고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인 28일 이뤄진 맬컴 턴불 호주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정상회담에서 찾아보기 힘든 말과 태도를 보인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가 1일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중 그 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이미 다른 4명의 정상과 통화를 했다며 턴불 총리와의 통화가 “단연 최악”이라는 말을 했다.

또 이 같은 말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본래 1시간 정도로 예정됐던 통화를 갑자기 25분 만에 끝내기도 했다.

이날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호주 정부가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와 체결한 난민 상호교환 협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으며 특히 턴불 총리가 협정 준수를 확인받으려 하자 “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턴불 총리가 미국으로 “다음번 보스턴 테러범들”을 수출하려 하고 있으며 이들은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주는 만큼 이들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턴불 총리는 언급을 거부했다고 호주 ABC 방송이 보도했다. 턴불 총리는 다만 “미국과의 관계가 매우 강력하다”며 미국과 맺은 난민 교환협정도 계속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를 포함한 다른 나라 정상과도 유사한 식으로 대화했을 것이라며 다만 호주가 정보를 공유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함께 싸우는 맹방이기 때문에 턴불에 대한 트럼프의 대우는 특히 눈에 띈다고 전했다.

두 언론은 이 같은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하던 식대로 거침없이 행동할 것으로 내다봤다.

AP통신은 “이번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상태에서 외교를 진행하는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드물고 인상적인 기회”라며 “그가 정상과의 대화에서도 유세 때 청중 앞에서와 같은 거칠고 직설적인 언어를 구사함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WP도 트럼프의 행위를 보면 그가 정적이나 언론기관들을 상대로 번번이 써왔던 독설로 최우방을 포함한 각국 정상을 괴롭힐 것이라고 전했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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