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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천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대표·언론인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설 민심을 살펴보니 내가 대세인 것이 분명하더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이 같은 말은 듣는 사람에 따라 “차기 대선은 이미 끝났으니까 이제 국민은 나를 지지하고 나의 비전을 따르라”는 듯이 보였다. 자칫 승자의 오만의 극치로까지 보이기도 하는 말투였다.

현재로써는 차기 대권에 문 전 대표가 가장 근접해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문 전 대표와 경쟁의 각을 세우며 진보적 보수주의를 자청하며 대선전에 뛰어들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출발, 20일만인 지난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하고 정계에서 퇴장했다.

우리 사회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보수층이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반 전 총장의 대선전 사퇴로 대한민국의 보수정치가 사실상 진공상태에 빠졌다. 수백만 명의 유권자들이 자신이 지지할 대권 후보자를 보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버린 것이다.

반 전 총장은 대선전 사퇴 이유로 “인격 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 뉴스에 상처를 받고 편협한 정치에 실망을 받아 대선에 불출마를 선언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가 지난달 12일 귀국하면서 던진 “이 한 몸 바쳐 대한민국의 정치를 새롭게 만드는데 희생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그 기개가 작심 20일 만에 사라져 버렸다.

10년 만에 귀국할 당시 그는 국민이 자신을 꽃가마에 태워 차기 대선전을 치르게 할 것으로 착각한 것이 아닐까. 정치인들의 위선과 음해에다 가짜 허위 뉴스가 판을 치고 등 뒤에서 비수를 꽂는 한국의 정치 풍토를 그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 아닌가. 이 정도의 풍파도 감수하지 않고 대권의 꿈을 꾸었다면 그의 정치적 애국심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했음을 보여 줄 뿐이다.

반 전 총장의 대선전 사퇴로 보수층의 유일한 대권 후보자로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떠오르고 있다. 지지율도 10%를 넘어서는 등 그를 향한 보수층의 기대치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황 권한대행이 대권 의지를 표명하면 정치권은 또 한차례 소용돌이를 치게 될 것이다. 이미 바른 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보수층의 대변자를 자청하며 보수후보 단일화를 주장하고 있으나 그의 정책 기조는 ‘反 박근혜’와 ‘反 새누리당’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의 경제관은 실현성이 거의 없어 보이는 표만 의식하는 듯한 ‘근로자들의 칼퇴근’ ‘재벌 개혁’ 등 보수 쪽보다는 진보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 때문에 그의 보수 단일화 주장이 성공을 거둘 확률은 극히 낮아 보인다.

황 권한대행도 대권에 욕심을 두었다면 일찌감치 태도를 분명히 밝히고 박근혜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난 ‘독립된 황교안 모델’을 국민에게 보여야 할 것이다. 좌고우면(左顧右眄)했던 반 전 총장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보수의 가치를 지키고 보수층을 대변하는 노선과 정책을 분명히 하여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대권에만 욕심을 낸다면 진정한 보수층의 기대는 하지 않은 것이 좋을 것이다. 지금 보수층은 황 권한대행의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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