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운영자와 송사 겨우 면했는데, 관련 법 개정으로 위법 시설물 전락
수성구청, 법령 검토 통해 철거 또는 활용 방안 마련할 것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mbc 네거리에 설치된 전자현수막게시대가 교통신호기와 인접해 있어 운전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윤관식 기자 yks@kyongbuk.com
불법 현수막 난립 등을 막기 위해 6억여 원을 들여 대구 수성구 5곳에 설치한 LED 전자현수막 게시대(디지털 광고물 지주 이용간판)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기준을 벗어난 탓이다.

2일 수성구청에 따르면, 대구MBC 네거리와 들안길 삼거리, 수성네거리, 신매네거리, 만촌네거리 등 5곳에 높이 8.7m의 전자현수막 게시대가 설치돼 있다.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위탁운영 업체가 6억1천700만 원을 들여 설치한 뒤 수성구에 기부채납하고, 2011년 8월 1일부터 지난해 7월 31일까지 5년간 운영했다.

2011년 당시 수성구는 조례에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공공시설물 이용광고물(편익시설물)’로 추가 지정해 설치 근거를 마련해 적법하게 설치했다.

지난해 7월 6일 옥외광고물 관리법 시행령 16조(지주 이용 간판의 표시방법)에 전자현수막 게시대 설치·운영 기준을 담은 조항이 신설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4가지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설치 가능한데, 수성구는 2가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다.

먼저 상업지역이나 공업지역,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지·관광단지·관광특구에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설치할 수 있는데, 들안길삼거리는 자연녹지지역이어서 불법이다.

또 교통신호기와 30m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해야 하고 차량진행 정면 높이가 지면으로부터 10m 이상이 돼야 하는 전기사용 광고물 기준에도 적합하지 않다.

만촌네거리를 제외한 4곳의 전자 현수막 게시대는 교통신호기와 30m 이내 거리에 설치돼 있어 운전자들에게 교통신호기와의 혼동을 주고 있다. 교통신호기와 30m 거리를 띄운 곳으로 옮겨 다시 설치해야 한다.

이런 사정들 때문에 서울 중구청과 은평구청, 대전 동구청은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철거하거나 운영을 중단했다. 대구 달서구는 2010년 7월부터 월성네거리 등 3곳에 개정된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맞게 설치한 덕분에 순조롭게 운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자 수성구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6억 원 짜리 수성구의 자산을 철거할지, 수리비와 이전 설치 비용을 들여서라도 활용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수성구 도시디자인과 관계자는 “광고 게재 1건당 1만 원씩 위탁업체로부터 받아 5년간 2천400여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데다 불법 현수막 난립 방지와 각종 시책 홍보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철거할 위기에 놓여 안타깝기만 하다”면서 “철거하지 않고 활용하려고 해도 각종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행정자치부 생활공간정책과 이승준 전문관은 “현행법상 설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철거하거나 이전 설치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해 7월 위탁운영 계약이 만료된 감환경디자인(주)는 지난해 8월 2일 수성구청장을 상대로 ‘전자현수막 게시대 설치, 운영 및 관리 위탁 계약 해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가 지난달 24일 소송을 취하하면서 5개월여간의 법적 분쟁을 마무리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