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주문한 통합의 정신과 개혁정치에 대해 여야 정당들과 정치세력들은 곰곰이 새겨봐야 한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는 여러 원인이 있다. 반 전 총장의 후임으로 임기가 올 1월 1일부터 시작된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퇴임한 반 전 총장이 한국 대통령에 출마한다면 UN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반 전 총장은 지지율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비전이나 정책을 제시하지 않았음에 대한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그 책임을 정치계에 슬쩍 떠넘긴 것이지만 이는 논외로 치자. 다만 불출마의 변에 서 밝힌 그의 정치적 꿈은 존중되고 계승해야 마땅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보수다. 중도 하차로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 인물난이 심해졌다. 그나마 사분오열돼 단일 대오 성사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 이처럼 보수가 무너지고 초라한 모습을 보인 것은 보기 드물다. 이러다간 야권 후보들끼리 다투는 대선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을 계속되면 기본적인 정당정치 구도인 보·혁(保·革) 구도가 와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수와 혁신(진보) 간의 건강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보수 세력의 위기는 자초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 4·13 총선의 새누리당 친박 공천 파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등이 대표적 사례다. 오만한 새누리당, 정권의 도덕적 추락은 지금 대선 판세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고 본다. 반 전 총장의 지지표 가운데 상당수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유승민 의원에게로 흘러갔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보수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보수하고 지키는 것이다. 보수는 공공과 국가에 대한 희생정신이 투철해야 진짜 보수다. 참된 보수의 가치를 찾는 것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보수라는 이름으로 숨어있는 부패와 수구세력, 즉 사이비 보수를 털어내고 진짜 보수가 나서야 한다. 진정한 보수의 비전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만이 보수층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는 길일은 보수정당 인사들은 알아야 한다. 보수의 본산인 대구·경북민들은 이번 대선에서 집권 여부는 둘째고 이 나라를 위해 보수의 가치를 구현하는 참다운 보수당의 재건아 시급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참된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은 똑똑히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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