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잠깐,
내 몸을 통과한 강력한 떨림

캄캄한, 아무도 모르는,
빛 한 점 없는, 끝도 처음도 없는,
그곳

누가 내게 기별을 보낸 건 아닐까

여치와 매미와 모기와 뱀과 자라와 버들치와 개구리와 여뀌와 한삼덩굴과 달빛과 곰팡이와
어머니, 아버지

문 앞까지 왔다가 차갑게 떠밀려 간
얼굴 파먹힌 아이

발굽이 두 개인 동물들

무리지어 울부짖으며 달려가는
검은 징소리의
기별

감상) 고향엘 다녀왔다. 삼십년 전 엄마의 발자국이 찍힌 골목을 지나 이십년 전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묻은 대문을 지나 다시 삼십년 전 첫사랑의 눈길이 머물렀던 그 담장을 지나 마침내 그와 마주섰던 그 옥상을 지나 잠시 천국엘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열여섯의 내가, 겨드랑이에 털도 안 난 내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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