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우려로 경북 시·군이 제야의 종 타종식과 해맞이 행사를 열지 않은 데 이어 최근 정월 대보름 행사도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경주시는 AI 청정지역 사수를 위해 정월대보름 행사를 전면 취소키로 했다.

경주시는 현재 AI 청정지역을 사수하고 있으나 축산농가를 보호하고 AI 확산 사태에 대비해 우리 민족의 전통행사인 정월대보름 행사를 취소키로 결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전국적으로 AI 상황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는 차단방역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경주시는 오는 11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양동마을에서 유림, 관광객, 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여하는 줄다리기 등 ‘양동마을 민속놀이’ 행사를 개최키로 했다.

또한 경주의 관문인 서천둔치에서 5천여 명이 운집해 시민 안녕을 기원하고 풍물놀이와 달집을 태우는 ‘서천둔치 달집태우기 대보름 행사’ 등 곳곳에서 한해 풍년농사와 시민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액운을 몰아내는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질 예정이었다.

경주시 관계자는 “한 해의 소망을 염원하며 달을 맞이하는 우리 민족의 전통행사인 정월대보름 행사를 고심 끝에 취소키로 했다”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철저한 AI 차단방역 활동으로 경주를 AI 청정지역으로 반드시 지켜 내겠다”고 밝혔다.

한편 시는 마을단위별로 벌어지는 소규모 정월대보름행사도 가능한 자제토록 권고했다.

영천시는 AI 차단을 위해 달집태우기, 시민화합기원제 등으로 구성한 정월 대보름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영천에선 수년 전 AI가 2차례 발생한 적 있다.

이 때문에 시는 AI가 종식할 때까지 차단 방역에 온 힘을 쏟기로 했다.

김영석 시장은 “축산농가를 보호하고 AI 확산을 막고자 고심 끝에 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방역과 예찰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시도 11일 개최하려던 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

도내 최대 규모인 453만 마리 닭을 사육하는 점을 고려해 AI 청정지역을 사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김천시 지좌동 감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 바이러스가 나왔다.

시는 2011년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정월 대보름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박보생 김천시장은 “한 해 액운을 쫓아내고 풍년이 들도록 기원하는 민족전통인 대보름 행사를 고심 끝에 취소하기로 했다”며 “AI 방역과 예찰 활동을 철저히 해 AI 청정지역으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대형 달집태우기로 유명한 청도군도 고심 끝에 정월 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

군은 애초 11일 청도천 둔치에서 도주줄당기기를 하고 달집을 태우면서 군민 안녕과 화합을 기원할 예정이었다.

도주줄당기기는 지난해 경북 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군은 행사에 쓸 가닥줄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AI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민 의견이 많아지면서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구 달성군도 같은 이유로 최근 대보름 행사를 취소했다.

다른 대구·경북 시·군·구도 인파가 한자리에 모이면 AI 바이러스가 퍼질 가능성이 있어 정월 대보름 행사를 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경북 가금류 사육농가에선 지금까지 AI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회종합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