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2016년 3월 23일 이정현 의료연대 대구지부장이 경북대병원 경영진을 비판하며 경북대 인트라넷에 올린 소식지 일부. 의료연대 대구지부 제공.
조병채 경북대병원 병원장과 탁원영 기획조정실장을 ‘타조’ 그림에 비유해 조롱한 혐의로 기소된 노조 지부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7형사단독 정승혜 판사는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56·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대구지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지부장은 작년 3월 23일 경북대병원 노조 사무실에서 경북대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 ‘도를 넘어선 조병채 원장은 사퇴하라’는 제목 아래 ‘전 직원을 해고 공포로 몰아넣고 돈벌이에 혈안이 된 탁원영 기조실장도 동반사퇴’하라는 소제목의 글을 올렸다.

또 ‘경대병원 원장은 조 원장인가, 탁 원장인가? 지금 경대병원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경영진을 비판하는 내용의 글도 덧붙였다. 특히 탁 실장과 조 원장의 성을 따서 ‘타조’가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하고 의자에 앉아있는 사진과 ‘내가 해도 이 정도는 아닐 텐데’라는 내용을 담은 의료연대 대구지부 소식지 ‘처음처럼’ 14호를 게시했다. 또 직원 식당 출입문 앞에서 400명의 직원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식지를 직접 나눠주기도 했다.

경대병원장 등은 이정현 지부장을 경찰에 고소했고, 검찰은 이 지부장의 모욕 혐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으로 벌금 50만 원에 약식기소했다.

이 지부장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으며, 법정에서 "조 원장과 탁 실장을 모욕하고자 하는 고의가 없었고, 설령 모욕적 표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정당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지부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정 판사는 "피고인이 고소인들의 병원 운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표현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조 원장과 탁 실장은 병원 운영에 대한 어느 정도 비판을 감내해야 할 지위에 있는 점, 소식지 전체 내용 중 공소사실 기재 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 되지 않는 행위여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이정현 지부장은 "탁 실장과 조 원장이 잘못된 병원 운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타조 그림으로 표현했는데 경영진을 ‘새 머리로’ 비난했다는 식으로 해석해 고소하니 어이가 없었다. 경영진으로서 웃어넘길 수 있는 건전한 비판조차 고소의 대상으로 삼았다"면서 "이번 무죄 판결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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