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동해안의 제조업 기업경기가 연초부터 조금 나아질 기미를 보인다고 하나 환율 여파가 문제다.

5일 한국은행 포항본부의 ‘2017년 1월 경북 동해안 지역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제조업의 업황 BSI는 59로 지난해 12월보다 3p 올랐다. 이번 달 업황 전망 BSI 역시 전월에 비해 6p 상승한 61로 조사됐다. 반면 이 기간 비제조업 업황 BSI는 60으로 전월 대비 6p 내렸으며, 2월 업황 전망 BSI도 50으로 전월과 비교해 10p 하락했다. 게다가 지역 내 비제조업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어 절름발이 경기라는 지적이다. 포항 등 중소도시들의 경기 악화가 다른 부분에까지 파급되는 상황으로 보인다.

앞으로가 문제다. 제조업체 경기가 상승하려면 수출경기가 살아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어 수출기업은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달러당 1,207원 70전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3일 1,147원 60전까지 떨어졌다. 원화가치가 불과 한 달 만에 5.2%나 상승한 것이다. 주요국 통화들이 대부분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지만 원화의 절상 폭은 유독 심한 편이다. 원화가치 상승 폭은 대만달러(3.9%)나 엔화(3.3%), 유로화(2.6%) 등 수출 경쟁국에 비해서도 훨씬 크다.

경제계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환율조작국 지정 등 후속 조치를 통해 통화전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우리도 통화전쟁의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같은 불안한 움직임이 원화 환율에 그대로 반영되는 셈이다.

급격한 원화가치 절상은 올해 들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제조업 경기는 미국과 일본·유럽 중심으로 회복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의 호전이야말로 우리 수출기회를 최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원화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경우 눈앞의 기회도 물 건너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만에 하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 인위적 조치가 겹칠 경우 외환위기 같은 제2의 경제위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

당국의 기민한 정책이 중요하지만, 기업 나름대로 제품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출국을 다변화해 자강(自强)의 길을 모색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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