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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지난달 말 퇴임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은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의 최종결정이 선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재판관마저 퇴임하게 되면 7인 체제에서 2명의 재판관에 의해 탄핵심판의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한 발언이다. 국민 여론도 박 전 소장의 발언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아울러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 다수 국민은 헌재의 대통령 탄핵인용 전망과 함께 4월 말 혹은 5월 초 벚꽃 대선을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대선 시계가 본격적으로 작동하면서 출마와 포기 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등 대선정국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로 인해 각 후보에 대한 대통령 직무수행에 필요한 조건이나 능력을 알아보는 ‘자격검증’이 자칫 급물살에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대권 주자들에 대한 자격검증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러한 국민의 우려를 들어주기 위한 언론의 역할을 새삼 강조하고 기대한다. 돌이켜보면 대통령 탄핵이라는 작금의 국가적 불행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은 부실 검증에 있을 것이다. 이는 또한 감성적인 이미지 정치에 홀려 그냥 옳고 바르고 잘할 것이라는 막연한 검증의 산물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제 이러한 국가적 불행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기 위해 대권 주자들에 대한 철저한 자격검증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격부터 꼽아야 한다. 물론 지도자로서 기본적인 덕목은 필수일 것이다. 이와 함께 대한민국의 시대적 과제들을 해결해나갈 역량일 것이다. 그래서 차기 대통령은 다음의 5가지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청렴성이다. 이는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우리 국민은 아직도 부패정부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6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OECD 35개국 중 29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청렴해야 부패정부 탈출, 나아가 투명국가 진입도 가능하다.

둘째는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정신이다. 대통령은 최고 권력자로서 사사로운 감정과 이해관계를 떠나 공적인 목적에만 힘써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 정치·경제·사회 등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를 극복해나가기 위해서는 멸사봉공의 희생정신이 여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셋째는 경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우리 경제는 지금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 국내투자는 위축되고 일자리 창출에 경고음이 울린다. 빈부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성장 잠재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미국발 보호주의와 중국발 사드 보복 등 대내외적 악재가 산적해 있다. 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열어나갈 경제 리더십이 강력히 요구되고 있다. 그래서 ‘제발 경제대통령’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넷째는 국가안보 리더십이다. 든든한 국가안보가 없다면 경제도 복지도 물거품이 된다. 지금 미국·중국·일본이 충돌하는 동북아정세는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여기에 북한 김정은의 핵 도발 의지는 계속되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있는 대한민국의 국가안보가 풍전등화이다. 국가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의 제1 책무이다.

다섯째는 정의로운 리더십이다. 우리는 아직도 정경유착, 갑을관계, 격차 심화, 무전유죄 등 부정과 불공정이 만연한 저 신뢰사회에 살고 있다. 따뜻한 성장을 위한 경제정의, 법 앞에 평등한 법치정의를 이루지 않고서는 국민 행복과 국민통합, 선진국 진입은 요원할 것이다.

이번만은 우리 국민이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대권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자격검증에 나서야 한다. 그 길이 따뜻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세워나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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