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이 따라오지 못할 거라 했다.
지나친 속도로 바람이 지나갔고 야윈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겨울, 겨울,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생을 마친 너를 생각했다.
대개 너는 아름다웠고 밤은 자리끼처럼 쓸쓸했다.

실비식당에서 저녁을 비우다 말고 나는
기다릴 것 없는 따스한 불행들을 다시 한번 기다렸다.

하모니카 소리 삼키며 저기 하심(河心)을 건너가는 열차.
왜 입맛을 잃고 네 행불의 궤도를 떠도는지.
콩나물처럼 긴 꼬리의 형용사는 버려야겠어.
말하던 네 입술은 영영 검은 여백 속으로 졌다.

그래도 살자, 그래도 살자.
국밥 그릇 속엔 늘 같은 종류의 내재율이 흐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여전히 사람이지만
나는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는다.





감상)우리는 날마다 몇 개의 행성을 만나고 떠나는 걸까. 우리는 어떤 행성에서 어린 날을 추억하고 어떤 행성에서 사랑을 이야기하는 걸까. 오늘 나에게 왔다간 행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밀어냈던가 끌어당겼던가 오후 9시43분, 나는 텅 빈 행성이다. 지나간 행성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도 없으므로 나는 아무래도 처음부터 혼자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어등 같은 등대 하나 막막하게 밝힌…. (시인 최라라)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