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영청 달보며 우리 소원 빌어보세” 달이 차오르고 있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 행사는 풍년 농사와 한해 안녕을 비는 중요한 세시 풍습이다. 그중에서도 대나무와 생솔 가지 등을 모아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려 한해의 액운을 날리고 각자의 소원을 실어 불을 지르는 달집태우기는 으뜸이다.

‘달집’은 달(月)과 집(宅)의 합성어다. ‘달의 집’ 혹은 ‘달막(月幕)’이란 뜻이다. 달집을 상징하는 원추형의 나뭇더미를 불에 태운다는 의미에서 ‘달집태우기’라 한 것이다. 정월 대보름이 임박하면 동네 청장년들은 모두 나와 청솔가지로 화목(火木)을 준비해 달집을 만든다. 마을에 따라서는 풍물패들이 가가호호 걸립을 돌아 지신밟기를 해주고 달집에 사용될 땔나무와 짚단을 조금씩 거출하기도 했다. 이때 상중(喪中)이거나 출산한 집, 기타 부정한 가정은 걸립에서 제외했다.

화목이 마련되면 달이 뜨는 맞은편 산꼭대기나 마을 앞에 달집을 짓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린다. 날이 저물면 온 동네의 사람들이 달집 주변으로 모여든다. 마침내 동쪽 하늘에서 보름달이 떠오르면, “달집에 불이야!”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불을 지른다. 그리고는 신명 나는 풍물소리에 한데 어우러져 달집 주위를 빙빙 돌며 액운이 없기를 기원한다.

정월 대보름 행사를 위해 짓고 있던 달집이 헐리고 있다. 달집태우기로 유명한 경북 청도군은 올해 청도천 둔치에 높이가 15m, 폭이 10m 되는 달집을 지를 계획이었다. 청도에서 달집 만들기 기술을 전수 받은 대구 북구청도 서변동 강변에 높이 20m의 달집을 만들 계획이었다. 포항 형산강변에도 이미 까마득한 높이의 달집이 지어졌지만 다시 헐어낼 것이라 한다. 대구·경북은 철통 방어로 아직 피해가 없지만 조류인플루앤자(AI)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또 경북과 인접한 충북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혹시나 사람들의 왕래로 바이러스가 번지지 않을까 해서 행사를 잇따라 취소했다.

최순실 사태로 올해는 액운을 태워버리는 달집태우기를 꼭 해야 하는 해인데 역병이 돌아 할 수 없게 돼 아쉽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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