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가에 조릿대 잎새 서걱대는 소리 들린다

이 소리를 언제 들었던가

찬 건넛방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자매가 가끔 소곤대고 있다

부엌에는 한알 전구가 켜져 있다

머리에 수건을 두른 어머니는 조리로 아침쌀을 일고 있다

겨울바람은 가난한 가족을 맴돌며 핥고 있다





감상)겨울아침이면 아직도 내 코끝으로 스미는 냄새 엄마가 무쇠 솥을 한 번 열었다. 닫으면 뜸 들이기가 시작되는 것이었다. 문풍지 사이로 밥 냄새가 스미고 나는 그 냄새에 젖어 꼼짝도 하지 않고 누워있기를 좋아했다. 엄마는 그 때부터 얼른 일어나야지, 일어나 밥 먹어야지 소리치며 나를 깨웠다. 그러면 나는 배시시 웃으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리고 자는 척 했다. 아직도 아침이면 그 냄새를 기다린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가 그만 일어나 밥 먹어야지, 소리쳐주기를 날마다 기다린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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