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농가가 경기불황과 청탁금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이어 구제역 발생으로 삼중고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지난해 9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한우 소비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구제역까지 터진 것이다.

경북은 전국에서 한우 사육 농가가 가장 많아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2015년 경북 시군 한우 농가 현황을 보면 모두 1만6천91가구에 50만743마리로 경주 2천865가구에 5만2천956마리, 상주 1천565가구에 5만6천273마리, 예천이 1천247가구에 2만9천513마리, 영주 1천98가구에 3만 7천842마리, 가장 적은 곳은 울릉도로 30가구에 320마리다.

지난해는 1만8천233가구에 55만3천839마리로 집계됐다.

경북 예천에서 한우 120마리를 키우는 윤승희 (54) 씨는 “등급이 잘 나온 한우라도 요즘은 생산가격 맞추기에 급급”이라며 “한우 가격 하락과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자 불안 등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우 200마리를 사육하는 정후섭(53) 씨는 “김영란법의 직격탄으로 한우 가격 하락과 소비가 되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는 또 구제역 발생으로 한우 소비는 더 안 될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 1천만 원까지 올랐던 투 플러스(1++) 등급 소 가격은 700만∼800만 원까지 떨어졌다.

뼈와 내장 등을 뺀 고기인 지육(枝肉) 가격도 ㎏당 5천 원 정도 빠졌다.

보통 750㎏ 정도인 소 한 마리를 잡으면 지육이 약 450㎏ 나오기 때문에 마리당 200만 원가량은 떨어진 셈이다.

송아지 구입비 300만 원에 사료와 조사료 비용 400만 원을 합치면 생산 원가가 700만 원에 달해 최소한 원 플러스 등급을 받아야 간신히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농협중앙회가 분석한 한우 수급 동향에서도 거세우와 6∼7개월 수송아지 농가수취 가격(농가판매가)이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각각 12.8%와 20.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되는 경기 불황에 한우와 수입 소고기의 큰 가격 차는 한우 소비를 더욱 위축시킨다.

전국한우협회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한우 소비가 30%가량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전국한우협회 대구·경북 도지회 문형재 회장은 “소비가 너무 안 돼 말 그대로 한우 농가의 어려움은 더해가고 있다”라며 “이대로 가면 한우 축제를 비롯한 소비자들의 심리 불안감으로 한우 농가들의 어려움은 더 해 가고 적자로 이어질 것이다”고 말했다.

구제역은 한우 사육 농가뿐 아니라 육가공업체와 일선 정육점 등의 연쇄 타격으로 이어진다.

육가공업체와 정육점은 매출 감소뿐 아니라 가축 이동 제한 조처로 공급에도 큰 차질을 빚지만 사육 농가와 달리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실제 피해는 더욱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동의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구제역이 확산하면 매출 감소와 함께 원료 조달도 차질을 빚어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경주의 박모 (54) 씨는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발생해 축산 농가들의 힘겨움은 더해가고 소비자들은 닭·돼지·한우 불안해서 먹기를 꺼리고 있는 것을 사실이다”라며 “이른 시일에 구제역이 확산하지 않고 피해 없이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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