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시대로 가는 길(中)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과연 그런가? 헌법 제40조는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국회가 주권자라는 말이 된다. 입법권은 주권의 직접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국민주권주의에 정면으로 충돌한다. 국민주권국가에서 입법권은 당연히 국민에게 속해야 한다. 제헌헌법은 “입법권은 국회가 행한다”고 규정했다. 국회가 국민의 위임을 받아 입법권을 행사한다는 의미였다. 5.16으로 개정된 헌법에서 현재처럼 바뀌었다. 주권자인 국민의 자리를 국회가 차지하였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선출되기만 하면 국민은 뒷전이고 안하무인으로 오만하게 되는 것도 이러한 헌법규정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행정연구원이 2015년에 기관별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국회에 대해서 국민의 15.3%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민의 84.7%는 국회를 믿지 않는다는 것이 된다. 조사 대상 기관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기관으로 나타났다. 많은 국민이 지방의회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의기관에 대한 총체적인 불신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음을 의미한다.

국민이 국회와 국회의원을 믿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도 국회의원들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태여 하는데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치인 카르텔을 형성하여 국민 이익을 희생시키고 자신들의 특권을 유지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고 결정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절대다수의 국민 요구를 무시하고 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제를 고수하거나 국회의원선거에서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개혁하지 않는 것은 기존 국회의원의 특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가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법률이나 결정을 하는 경우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국회가 의결한 법률을 국민투표를 통해 폐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회는 통과시킨 법률안이 국민에 의해 폐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국민 다수의 의사를 반영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점에서 국민투표는 잘못된 국회결정을 방지하기 위한 비상브레이크다.

국회가 국민이 원하는 법률이나 헌법을 정하지 않고 외면하는 경우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법률안이나 헌법안을 제안해서 국민투표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정치인의 선처만 바라고 쳐다보고만 있어야 한다면 주권자라고 할 수 없다. 국민이 스스로 원하는 법률과 헌법을 제정할 수 있어야 비로소 주권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이나 메르스 사태처럼 대통령과 국회가 부패와 무능으로 총체적인 작동불능상태에 있는 경우에는 주권자인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전부 또는 일부를 임기 전이라도 파면시키는 국민소환이 필요하다.

수백만의 분노한 국민이 모여서 촛불을 들고 외치는 권력자의 무능과 부패와 오만을 쳐다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잘못된 국정운영을 국민이 직접 바로 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러한 국민의 요구는 “입법권은 국민에 속한다. 국민은 입법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국회 등 국가기관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헌법을 개정하고 국민투표, 국민발안, 국민소환을 헌법에 도입함으로써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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