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권력.
지난해 말 국무총리 내정자로 지명됐으나 스스로 물러난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대통령 권력(김병준 지음 지식중심 펴냄·292쪽 1만5천 원)’이란 제목의 책을 펴내 최순실 게이트로 혼탁한 정국에 정치권력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권력과 힘의 이면을 말한다’를 부제로 달고 있는 이 책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출마 선언으로 바쁜 대선주자들이 시간을 쪼개 한 번쯤 읽어봐야 할 책이다.권력의 본질을 아는 것이야말로 권력 자체의 정당성과 집행의 공정성, 사회적 책임을 담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권력은 잿빛이다. 재력, 경영권, 행정권, 가부장권 등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힘이 그렇다.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살은 잿빛이다. 많은 이들이 이를 쫓지만 정작 그 잿빛의 무거움을 보지 못한다. 권력은 겉으로 화려해 보일 수 있으나 그 속살은 잿빛이다”고 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어 “권력과 힘은 손잡이 없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쥐는 순간 손을 베이기도 하고, 이리저리 휘두르다 보면 어느새 그 칼은 내 몸속에 들어와 있다. 많은 이들이 그 칼을 탐내지만, 그 양날의 예리함을 알지 못한다”고 권력의 양면성을 경계했다.

이 책은 권력의 겉과 속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서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저자가 대통령의 동지로서, 정책전문가로서, 지식인으로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 책은 권력의 본모습에 대한 통찰을 통해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선거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것에 매몰되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력을 쟁취하는 누구든 그들이 이긴 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국민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것을 평가받는 선순환의 권력 경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특정인의 바람대로 권력이 작동하고, 나라가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다.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박근혜 정부 역시 권력에 대한 이해도가 얼마나 떨어지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정치인이 그토록 갈망하던 꿈이 현실이 되는 순간, 대다수 사람은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고 이를 다루어 나가기보다 권력 자체를 ‘소유물’로 인식하며 서서히 실패의 늪으로 빠져드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권력의 겉과 속을 제대로 알아나가기를 바란다. 비슷하게 반복되는 참담한 실패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는 책무를 느끼고 있다. 그것이 정치발전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오늘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권력의 본모습을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길로 나아가야할 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정치라는 것이, 또한 선거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것에만 매몰되는 전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권력을 쟁취하는 누구든 그들이 이긴 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국민에게 먼저 보여주고, 이것을 평가받는 선순환의 권력경쟁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남겨주고 있다.

저자 김병준은 젊은 시절 대학교수로서 자치와 분권운동을 주도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재야 정치인 노무현을 만나 자율성과 다양성이 존중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혁신이 일어나는 상생의 공동체를 같이 꿈꾸었다. 그런 인연으로 꼬박 5년을 대통령 정책실장 등, 참여정부의 핵심으로 일했다.

‘참여정부의 아이콘,’ ‘왕의 머리’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수 많은 정책들이 그의 가슴과 머리, 그리고 손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참여정부 이후 학교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나라를 꿈꾸어 왔다. 진영논리를 넘는 글을 쓰며 새로운 민주주의로서의 숙의민주주의 운동에 헌신해 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2016년 11월 거국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을 받았으나 그 직에 오르지는 못했다. 야당들이 협의절차가 생략되었음을 문제 삼아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꿈꾸고 고민하고 있다. 또 그 꿈과 고민의 일단을 글로 쓰거나 강의하고 있다. 새로운 나라와 새로운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도 여전하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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