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운동이 진행되던 당시의 가치관인 ‘잘 살아보세’는 지금 시대에 맞지 않다. 지금은 환경보존과 안전, 복지가 더 강조돼야 하며 차라리 환경안전 복지를 위한 기를 만들어야 한다. 관이나 단체가 자발적으로 새마을기를 달고 새마을 정신을 이어나가는 운동을 벌인다면 굳이 반대할 생각은 없지만 서울시청 꼭대기에서는 새마을기를 내 리겠다” 1995년 ‘새마을기’ 게양을 두고 논란이 일 때 당시 조순 서울시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말이다. 새마을기 논란은 그 이후에도 지속 돼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70년 4월 22일 농촌의 자조 노력 방안을 연구하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가 전국 지자체에 내려갔다. 3선 개헌안이 국민투표로 통과한 지 반년 후의 일이다. 새마을운동 발의 2년 반 뒤에는 10월유신이 선포됐다. 새마을운동을 발의한 것은 농촌의 발전을 이루려는 순수한 뜻에서 출발했지만 시점과 배경을 봐서 영구집권 또는 권위주의 체제 수호의 수단이 아니냐는 시각이 있었다. 심지어는 북한의 천리마운동과 대비시켜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새마을운동은 농촌에 퍼져 내려오던 오랜 폐습과 숙명론적 체념을 짧은 기간 내에 타파하고 농촌 경제를 부흥시키는데 큰 힘이 됐다. 우리 역사이래 반만년 동안 지속 돼 오던 보릿고개로 상징되던 가난의 굴레를 벗을 수 있게 한 계몽운동이었다. 이 운동으로 국민잠재력을 발전적 에너지로 모을 수 있었다는 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지금도 아프리카나 아시아, 남미 등 개발도상국가에서 앞다퉈 발상지인 경북을 방문해 새마을운동과 그 정신을 배워가고 있다.

이 같은 배경을 가진 새마을운동 상징 새마을기가 또 다시 잇따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경북 구미시가 ‘박정희 대통령 제100회 탄신제’를 준비하면서 1억 원 짜리 대형 새마을기를 달 계획을 세워 논란이 됐다. 또 광주시 시민단체들이 ‘유신잔재’라며 관공서의 새마을기 강제철거에 들어간다는 소식이다. 예산 낭비를 해가며 깃발을 내거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좋은 뜻을 이어가겠다며 게양하는 것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실정과 엮어서 강압적으로 끌어내리는 것은 홍위병식 가치관 말살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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