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일영남대법학전문대학원교수.jpg
▲ 배병일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나라 교육제도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6-3-3-4년으로 돼 있다. 여기에 유치원 1년까지 포함하면 정규학력만 17년이다. 인간은 동물이지만, 다른 동물과 차이점은 교육이라고 할 만큼 교육은 중요하다. 교육에 관한 문제는 전국민적 관심사이고, 인화점이 매우 낮아서 사소한 변화에도 쉽게 발화하고 큰불이 된다. 현행 교육기본법에서는 의무교육은 6년의 초등교육과 3년의 중등교육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모든 국민은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중학교까지는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부모 등 보호자는 이를 이행할 책임을 가진다. 과거에는 초등학교(1996년 2월까지는 ‘국민학교’라고 하였다.)만 의무교육이었지만, 중학교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은 많았고, 중학교의 규모나 시설이 이를 따를 수 없었기에, 입학시험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중학교 입학시험이 무척 어려웠을 뿐 아니라 그 경쟁률도 매우 높았다. 

그 당시 학교 간의 학력 차이에서 기인하는 나름대로의 중학교 서열이 있어서 우수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에 학생들의 진학 수요가 달랐다. 그로 인하여 우수 중학교에 진학하려고 하는 학생들 사이에 피나는 입시경쟁이 있었다. 도시지역이 아닌 지역에서는 등교 이전부터 양지바른 곳에 모여 놀거나 수업이 마치기가 무섭게 논이나 산으로 뛰어다니면서 쥐구멍에 불을 지펴서 쥐를 잡거나(당시 쥐가 곡식을 없앤다고 하여, 학교에서는 학생 1인당 쥐꼬리를 5개씩 가져오라는 숙제를 간혹 내었다.) 칡을 캐거나 뱀을 잡으러 다니는 등 실컷 놀기에 바빴다. 

그러다가 6학년 초에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의 체벌을 당하고 나서야 중학교 입시가 목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깨닫는 경우가 많았다. (깨달았으면 진학을 했을 것이고, 깨닫지 못하였으면 1년 내내 꾸지람을 듣거나 재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도시지역 초등학생들은 이미 저학년부터 과외수업 등을 통해서 입시준비를 하였다는 사실을 중학교에 진학해서야 알았다. 

여하튼 부모의 자식에 대한 교육 열기에 편승한 입시 열풍은, 중국과 일본 등을 제외한 몇 나라를 빼고는, 우리나라를 당해낼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없다. 이러한 교육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가 1969년부터 시행된 중학교 무시험제도이고, 뒤이어 1974년부터 시행된 고등학교 평준화이다. 시행 당시 무시험과 평준화에 대해서 갑론을박 논란이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한 입학시험 자체의 존폐문제로 그 논란의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 남은 것은 대학입시뿐이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은 대학입시의 전 단계인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을 제안하였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행제도 유지방안 이외에 문과 이과 구분없는 공통 수능 방안, 공통 수능과 선택 수능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이 있다고 한다. 방안을 제시하는 쪽의 생각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수능시험을 고등학교 2학년 2학기나 3학년 1학기에 칠 수도 있다는 점에 발화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학입시를 위해서 고등학교 수업을 파행시켜도 좋다는 의미인가? 고등학교 교육은 그 자체로서 교육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없고, 단지 대학교육을 위한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은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든다. 

교육부는 2015학년도 수능시험에서 불수능이라는 논란이 일자 부랴부랴 수능 개선위원회를 급조했고, 그 당시 끝자락에 앉아 있으면서 쓸데없는 제도개선보다는 합리적인 출제위원 선정을 통한 변별력 있는 출제가 필요하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어쩌고저쩌고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2016학년도 수능에서는 변별력 있는 출제 덕분에 제도개선 논란이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온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수능을 괜스레 건드리고자 하는 교육부에 대해서 또다시 교육부 폐지론이 나올까 겁난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