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안전산행 첨병…25년간 산악사고 인명구조 200여 차례

문경 조령산악구조대

‘우리는 산악인으로서 순수한 희생정신으로 산악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한다’는 행동강령(신조) 4개 항목 중 제1항으로 내세운 조령산악구조대.

경북북부지역(문경·예천·상주) 산악구조 및 산악문화 창달, 안전등반을 위한 제반 사항을 관장·관리하며 등산로 정비·암벽보수·응급처치·산악안전 계몽 등을 목적으로 결성된 순수 민간단체다.

그동안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자주 조명돼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단체이다.

환경미화원에서부터 공무원, 의사, 법조인, 언론인, 정당인, 식당업, 농업 등 직장인부터 자영업을 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분야의 문경지역 남녀 3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등산학교와 자체교육을 수료한 40대 대원들이 주축이 돼 30대 후배들을 이끌고 50대 선배들은 자문과 지원역할을 해오고 있다.
 

문경 조령산악구조대 산악사고 야간 수색 장면.

1992년 산을 좋아하는 12명의 인원으로 결성돼 산악구조 활동에 나섰던 이 단체는 1997년 김동욱(57) 회원이 에베레스트 등정을 계기로 (사)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에 가입했고 2012년부터는 대한적십자 봉사회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 산악구조에 200회 이상 출동과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등산로 정비 등 몸을 아끼지 않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산에 대한 이들의 남다른 애정과 관심은 백두대간 구간중 문경구간이 전국에서 제일 긴 110㎞에 달하는 데다 전국 100대 명산 중 주흘산, 희양산, 황장산, 대야산 등 4개 명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총 66개의 산이 다른 지역에 비해 아름다운 경관과 험준한 자태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25여 년간 산악위험지역에 설치한 안전로프의 길이만 무려 1만m 이상에 이르고 있어 문경구간의 많은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안전하게 등반을 하는 것은 이들 산악구조대의 보이지 않는 손길 덕분이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단체지만 산과 관련한 활동이 국가기관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령산 샘터정비

이들의 소중한 인명을 구조하는 과정에는 보람도 많았지만 대원들의 희생과 씁쓸한 맛을 느끼게 하는 어이없는 일들도 기억하게 된다.

지난 2002년 9월 발생한 희양산 조난자 수색작업에 나선 대원 중 암벽등반 등 위험한 수색을 하다가 7부 능선에서 추락해 허리를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이는 고마운 자연도 그들에겐 ‘목숨 건’ 전쟁터임을 인식케 했다.

잘못된 신고로 대원 전체가 강추위 속에 밤새도록 산속에서 헤매는 등 허탕을 친 사례도 있었다.

특히 이들의 구조활동이 법정으로까지 비화 될 뻔한 사연도 있었다.

2004년 9월 서울에서 대야산을 찾은 한 등산객이 로프가 풀려 암벽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주령산악구조대는 119구조대와 함께 신속히 구조해 병원으로 이송한 적이 있었다.
 

문경산악구조대 가을철 자연보호 캠페인.

그러나 7개월 후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서 “대야산 등산로 안전로프를 설치한 분들이죠?”라며 구조대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는 사고를 당했던 등산객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소송을 하기 위해서였던 것.

그야말로 “물에 빠진 사람 살려줬더니 보따리 내 놓으라는 격”이었다.

다행히 문제의 안전로프는 모 산악회가 자체훈련을 위해 설치한 것으로 확인돼 조령산악구조대는 어려움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이러한 웃지 못할 위기와 불철주야 산악사고구조 및 예방활동 등은 빛을 발하며 사회로부터 인정을 받게 됐다.

지난 2012년 국민추천포상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국민추천포상은 국민이 추천한 숨은 공로자들을 국가에서 포상하는 제도로, 단체로는 조령산악구조대가 처음이다.

조령산악구조대는 훼손된 나무살리기, 친환경 등산로 조성 등 산악사고 예방활동으로 제2회 대한민국녹색대상 우수상, 산사랑 실천유공으로 산림청장상, 산악사고 예방활동으로 대한산악연맹회장상과 2005년 MBC사회봉사대상 우수상 등을 받기도 했다.

25여 년째 문경지역 백두대간과 주요 등산로의 산악조난사고 인명구조와 친환경 등산로 정비, 등산객안전 캠페인, 훼손 등산로 복구와 우회등산로 개척, 산악영화제 개최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조령산악구조대는 순수 민간 봉사단체다.
 

안전시설물 교체.

2002년 조령등산학교 개설 이후 2016년까지 암벽훈련 등산이론, 동계산행, 산악구조 등 연간 200시간씩 교육과정을 거친 33명의 수료생을 배출, 전문산악인 양성 단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매년 10여 곳 이상의 위험한 등산로에 1천300여m의 안전로프를 설치하고 있는 조령산악구조대.

산을 사랑하고 건전한 산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희생정신으로 무장된 조령산악구조대원들은 며칠씩 걸리는 실종자 수색이나 무거운 로프를 짊어지고 1천m가 넘는 산을 하루에 몇 차례 오르내리는 일도 기꺼이 감내한다.

지난해는 YMCA 조령등산학교를 개설하고 9월 3일부터 12월 15일까지 4개월간 지역 내 초중고교 32개교 1천500여 명을 대상으로 등산안전, 백두대간 환경보존, 건전한 산악문화 보급을 위한 등산교육을 실시했다.

자라나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이 교육은 신체발달과 이해정도에 따라 등산일반이론과 체험, 시범, 응급처치 등으로 프로그램을 나뉘어 각급 학교와 문경인공암장, 문경새재 등에서 열렸다.

물론 등산문화를 처음 접한 참가 학생들은 체험과 시범 등에 많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졌을 것으로 미래 안전한 등산을 위해 꼭 필요한 교육이라 여겨진다.
 

암벽 등반코스 안전 점검.

매년 대원들의 등반훈련과 등산로 정비계획수립, 인명구조 활동에 앞장서고 있는 권혁진 조령산악구조대장(59)은 “등산이 국민건강증진 측면에서 상당히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나 항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집단 등산할 경우 상당한 사전조사로 빈틈없는 계획과 안전산행을 위한 노력이 절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진 조령산악구조대장은 “민간 전문봉사단체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더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산악조난사고 예방과 건전한 산악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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