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 케네디 대통령은 정부 용역을 수주할 민간 사업자를 물색했다. 인종, 피부색, 종교, 성별, 출신 국가에 관계없이 지원자를 동등하게 취급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 뒤를 이은 존슨 대통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정부의 사업을 수주받고 싶어 하는 업체는 소수인종을 위한 취업기회를 확장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골자로 하는 지침을 내렸다. 존슨에 이어 대통령이 된 닉슨은 아예 소수 인종이 운영하는 기업체에 연방정부의 일감을 알선해 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처럼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정책을 적극적으로 폈다. 흑인 등 소수 인종으로 대표되는 소외계층이 좀 더 쉽게 사회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돕는 이른바 ‘소수인종 우대정책’은 정부의 노력으로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선도적으로 채택한 것은 고등교육기관들이었다. 흑인, 히스패닉 등 소수계 출신 학생들이 대학지원 때 가산점을 주는 제도를 시행했다. 그러나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불리해진 백인 학생들이 역차별성의 부당함에 항의, 학교와의 송사가 이어졌다.

1996년 바바라 그루터라는 백인 여성이 미시간대학 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시간대학 로스쿨에 지원했으나 불합격 한 그루터는 “자신이 합격하지 못한 것은 소수인종 학생에게 가산점을 주는 사회 약자 우대제도 때문이다”며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사건을 접수한 미시간 지방법원은 입학 과정에서 인종을 고려 요소로 삼는 것은 위법이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1심을 뒤집어 미시간대학의 처사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연방대법원에서도 대법관 중 대학 측 처사가 적법하다가 4명, 그렇지 않다가 4명으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균형을 깬 것은 오코너 대법관으로 적법하다는 쪽 손을 들어주면서 대학 측 승소로 결판이 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워싱턴주 시애틀연방지방법원 로바트 판사의 판결은 신선한 충격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판사의 용기가 역시 미국은 위대하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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