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관련자들의 모정이 화제가 됐다. 이모인 최순실이 사용하던 태블릿PC를 박영수 특검팀에 제출한 장시호와 딸 정유라가 덴마크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을 접한 최순실이 눈물을 보였다는 것이다. 최순실 변호인이 “최순실이 딸 소식을 듣고 많이 울었다. 부모로서 딸 만큼을 지키고 싶었던 같다”고 했다.

‘모정’이란 말에 오물을 끼얹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소설가 박완서는 “아, 모정은 천륜이로구나” 라고 쓰기도 했다. 원초적 모정의 힘은 어떤 인위적인 통제에도 억제될 수 없다는 뜻일 것이다. 엄마의 주체할 수 없는 자식에 대한 사랑의 주성분이 신경전달물질 도파민(dopamine)이라 한다. 엄마와 아기 사이의 애착 관계를 만들어 주는 것이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이라는 것.

일반적으로는 인간과 척추동물에서 자연 분비되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이 모성 본능, 사회적 교감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시르 아트질 발달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엄마 19명(21~42세)과 아기(생후 4개월~2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 도파민이 모정의 근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도파민은 행복감, 만족감, 쾌감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부족할 경우 우울증, 파킨슨병이 나타나기도 한다.

연구팀은 엄마와 아기가 평소 지내는 모습을 비디오에 담았다가 엄마들에게 자기의 아기와 다른 엄마의 아기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촬영한 뇌 영상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자기 아기를 볼 때는 다른 엄마의 아기를 볼 때보다 더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특히 평상시에 아기를 잘 보살피고 아기에게 더 신경을 쓰는 엄마들의 도파민 분비량이 유난히 많았다고 한다.

시르 교수는 도파민이 엄마와 아기 사이의 교감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숭고한 도파민의 모정이 귀하게 존중되는 것은 보통 어머니들의 한없는 희생과 헌신적 사랑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오로지 내 자식의 안위와 영달에만 집착하는 모정은 우리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은 최순실이 보여준다. 평범한 엄마들도 도파민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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