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김정은 승인없이 김정남 제거 불가능"…일각에선 "위협 안되는 김정남 피살, 권력투쟁과 무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피살 사건을 이복동생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지시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비록 배다른 형제지만 ‘백두혈통’인 김정남의 제거는 김정은의 승인과 지시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국내 북한문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의 비극은 2008년 9월 초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 신호가 포착되고 숨 가쁘게 진행된 권력투쟁에서 이복동생인 삼남 김정은 위원장에게 밀린 이후 예고된 상황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최고존엄’의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이복동생 김정은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눈엣가시’로 떠오른 이복형 김정남을 언제든지 살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서방언론 앞에서 거침없이 언변을 과시했던 김정남이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홍콩과 마카오 등 동남아를 전전하는 망명객 신세로 전락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어린 시절부터 각별한 관심을 보였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등 청천벽력같은 평양 소식이 줄을 이었지만, 김정남은 북한에 더이상 돌아갈 수 없는 이방인에 불과했다.

일부에서는 북한 김정은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는 중국 정부가 김정남의 신변을 보호하고 있으며, ‘포스트 김정은’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도 꼬리를 물어 김정은 측을 더욱 긴장시켰다.

특히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공개처형 판결문에 “김정은 동지를 위대한 장군님의 유일한 후계자로 높이 추대할 데 대한 중대한 문제가 토의되는 시기에 왼새끼를 꼬면서 령도의(영도의) 계승 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했다”고 밝힌 대목은 친족간에도 나눠 가질 수 없는 권력의 속성을 보여준다.

장성택은 김정남을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바람막이 역할을 하면서 김정남 보호에 적극 나섰다는 후문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김정남은 한때 가장 유력하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법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01년 도미니카 가짜여권을 들고 일본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발각돼 국제적 망신을 톡톡히 당한 이후 후계자로서는 스텝이 꼬이기 시작했다.

같은 김정일-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난 둘째형 김정철은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턴 공연을 찾아다니는 등권력과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다.

혈육 가운데 유일하게 여동생 김여정이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신분으로 김정은의 통치활동을 돕고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남과 김정은 사이에 타협의 여지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했다”면서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가까운 혈육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남이 더이상 김정은 정권에 위협이 될 수 없는 존재라는 점을 들어 ‘김정은 지시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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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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