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왕자 옷을 입혀
보석 가득한 목걸이를 걸어주면
놀아도 놀아도 아무 재미없습니다.

걸음걸음 입은 옷이 걸리적거리기에
부딪히면 더럽힐까 근심되기에
세상과 멀어지고 몸놀림은 조심스럽습니다.

어머니시여,
호사스런 몸치장으로 감싸 놓아도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혹시 그런 일로
이 땅의 건전한 진실에서 멀어져
모든 사람 함께 펼치는 큰 축제에
입장할 자격을 잃게 만든다면.




감상) 카페에서의 일입니다. 서너 살 즈음의 여자아이가 엄마 구두를 끌고 테이블 사이를 누비고 있었지요 넘어질까,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힐까, 주위 사람들의 조마조마한 시선이 모두 아이에게 머물렀는데 엄마는 아이를 부르지도 뛰어가지도 않더군요. 그 아슬아슬한 과잉의 시간이 얼마나 불편하게 흘렀던지. 무엇을 마셨는지 누구와 마셨는지는 생각도 나지 않고요.(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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