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년 전 도산서원에서 치러진 별시에는 경상도 유생 7천228명이 응시해서 3천632명이 답안을 적어냈다. 이처럼 당시 지방시에도 너무 많은 인원이 모여들어서 다 수용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날 별과(別科)에서 11명의 합격자를 뽑았으니 경쟁률이 650대1을 넘었다. 이 같은 지방 별과의 경쟁률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의 경쟁률은 평균 2000대 1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통 33명을 선발하는데 평균 6만3000명이 응시했다는 것이다. 정조 때는 무려 11만 명이 응시했다는 기록이 있다. 농경사회에서 공개채용 일자리가 과거 외엔 딱히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농경사회도 아닌 고도의 산업사회에 접어든 지금도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로 넘쳐난다. 흔히 공무원을 공복(公僕)이라 한다. 복(僕)은 종이라는 뜻으로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란 말이다. 하지만 이 심부름꾼의 위세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공공부문은 갑(甲)이기 때문이다. 공공의 종이 되겠다는 청년들의 숫자가 크게 늘면서 9급 시험에 구름처럼 몰린다. ‘공시족(公試族)’이란 단어가 이미 사전에 올랐을 정도다.

올해 9급 공무원 공채시험 지원자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역대 최다 기록이다. 인사혁신처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원서 접수 결과 지난해(22만1853명)보다 6천500여 명 많은 22만8368명이 지원했다. 다만 선발 예정 인원이 4천91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0% 가까이 늘어나 경쟁률은 53.8 대 1에서 46.5 대 1로 줄었다. 옛날 과거시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비율이다.

희소식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가 줄줄이 퇴직하면서 올해 경북도와 대구시의 공무원 채용 인원이 역대 최다라 한다. 경북이 1천625명, 대구가 1천15명이나 된다.

지난달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니 공무원이 되겠다는 사람의 수도 늘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경쟁이 치열한 창업에 뛰어들거나 민간기업에 일하기 보다 안정된 ‘철밥통’에 코를 디미는 것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한국의 미래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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