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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호순병원 원장

내 몸과 내 마음을 내 원하는 대로 조절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의 것이니까 당연히 자기 마음대로 조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큰 착각이다. 예를 들어,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운 일이 닥쳤을 때 내 마음대로 가슴을 덜 두근거리게 하고 얼굴도 덜 빨개지도록 할 수 있을까? 해질녘 붉어지는 노을 보며 감상에 젖어 마음 우울 할 때, 내 스스로 ‘우울하지 말자!’라고 다짐한다고 우울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잠을 잘 때 호흡수와 맥박수를 내 마음대로 조절하고, 성가시게 매달 있는 생리일도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그녀와의 아름다운 밤을 위해서 성욕을 충만하게 하고 발기력을 긴긴 시간 유지 하도록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아쉽지만 내 몸과 마음이라 해도 ‘내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대신 그 중요한 일을 ‘자율신경’이라는 통제 기관이 맡아서 한다. 심장을 일정하게 뛰게 하고 정확한 호흡을 유지하게 시키고 혈관을 적절히 확장·수축 시키고 소화액을 분비하고 호르몬을 일정 주기로 유지하고 심지어 소변을 보도록 방광을 수축시키거나 성기를 발기시키고 사정하도록 만드는 일을 내가 아닌 나의 자율신경이 하는 것이다.

내 마음대로 나를 조절할 수 있다면 얼마나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 예를 들어, 식사 후 위장 운동시키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임신이 된지도 모르고 생리를 계속하게 한다면? 심장을 뛰게 하는 일을 ‘아차 깜빡했네’하고 잊어버렸다면? 황당함 정도를 넘어서 생명 유지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생명유지의 중요한 장기들을 자율적으로 조절되도록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자율신경’이다.

이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라고 하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두 기능이 서로 보완하면서 조화를 이루어야 건강 해 진다. 재미있는 것은 교감 신경은 마치 아버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면 부교감 신경은 마치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아버지 역할 같은 교감신경은 긴장상태에 있거나 위기의 상황에 있을 때 그 활동이 상승한다. 눈동자를 커지게 하고 입을 마르게 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위장 운동을 감소시키고 소변 생성을 덜 하게 하며 각성하도록 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100M 달리기를 위해 출발 선상에서 최대한 긴장하고 있는 상태를 상상해 보라. 그때 작동하는 신경이 바로 교감 신경이다. 부교감 신경은 반대의 역할을 한다. 긴장이 이완되게 하고 눈동자를 수축시키고 심장 박동을 느려지게 만들고 위장 운동도 증가시키는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은 신체증상은 이 자율신경과 관련이 있다. 예를 들면, 남성의 성 반응에서 발기되도록 하는 것은 편안하게 하는 부교감 신경이 지휘하고, 사정하도록 하는 것은 긴장 시 나타나는 교감신경이 지휘한다. 발기가 잘되고 계속 유지시키기 위해 바짝 긴장하고 속으로 아무리 주문을 외워도 그럴수록 발기보다 사정이 빨라지는 것은 바로 교감 신경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은 바로 자율신경의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긴장감이나 스트레스 신경 화증 같은 위기 요인들은 자율신경의 조화를 깨트린다. 불안신경증 때 나타나는 증상들, 즉 가슴이 두근대거나 불면증, 긴장감, 소화 장애, 성 기능 장애, 과민성 대장증, 신경성 두통, 얼굴 화끈거림, 만성 변비 등등의 현상들이 자율신경의 부조화 때문에 오는 증상이라는 것을 이제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과 몸을 연결하는 하는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이 바로 자율신경이다.
 

곽호순병원 원장
조현석 기자 cho@kyongbuk.com

디지털국장입니다. 인터넷신문과 영상뉴스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제보 010-5811-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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