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관 직원들이 18일(현지시간) 김정남 암살 사건의 용의자로 체포된 북한 국적자 리정철(46)의 면담을 요구하다 불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김정남 피살사건을 수사 중인 말레이시아 세팡경찰서에 40∼50대로 보이는 정장 차림의 북한 대사관 관계자 2명이 대사관 벤츠승용차를 타고 방문했다.

세팡경찰서에는 전날 밤 셀랑고르 주 잘란 쿠차이 라마 지역에 있는 아파트에서 경찰에 검거된 리정철이 구금돼 조사받고 있다.

북한대사관은 리정철의 구체적 혐의와 수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자국민에 대한 영사 접견권을 내세워 리정철 면담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면담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경찰서에 도착하기 10분 전인 오후 3시 55분께 리정철은 순찰차의 호위를 받는 경찰서 소속 세단에 실려 이미 경찰서 바깥으로 나간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약 1시간 만인 오후 5시 10분께 다시 차량에 올라 경찰서를 떠났다. 이들은 “리정철과 면담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전혀 답을 하지 않았다.

리정철은 이날 오후 6시 15분께 삼엄한 경계 속에 세팡 경찰서로 돌아왔다.

그는 인근 세팡 법원에서 구속기간 연장 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정철은 전날 오후 8시께 검거됐다. 말레이시아 법은 법원의 결정 없이 피의자를 24시간 이상 구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앞서 검거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국적 여성 피의자들은 보안 등을 이유로 판사가 경찰서를 방문해 심사했다.

현지에선 북한 대사관 관계자들의 방문 소식에 현지 경찰이 서둘러 리정철을 법원으로 옮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리정철은 지금까지 체포된 용의자 4명 가운데 처음으로 북한 국적이 표기된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리정철이 북한 당국의 지시를 받아 범행 계획을 세우고 이미 체포된 다른 국적의 여성 용의자 2명을 끌어들였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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