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중 4명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막 임기를 끝낸 버락 오바마를 비롯해 테오도르 루즈벨트, 지미 카터, 그리고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다. 미국의 28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은 세계평화를 위해 기여한 공로로 오바마처럼 재임 중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윌슨 재임(1913년∼1921년) 중에 1차대전이 터졌다. 세계대전은 그가 세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구상을 내놓게 된 계기가 됐다. 윌슨은 처음에는 미국을 전쟁에 개입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유럽에서 치열하게 전개되는 전쟁을 보다못해 미군 파견을 결정했다. 전쟁이 한창이었던 1918년 1월 ‘윌슨주의(Wilsonianism)라고 불리는 이른바 ‘14개 평화원칙’(Fourteen Points)을 발표했다. 민족자결주의 원칙, 국제연맹 창설 구상 등 전쟁을 끝내려는 조건과 제안이 담겼다.

1차대전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뒤 전후 세계 질서 개편을 위한 논의도 이 원칙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윌슨주의 원칙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확산시키기 위해 다른 나라의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월슨은 미국을 고립주의에서 끄집어내고 미국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확산시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세계에 평화를 정착시키려고 했던 그의 정책이 냉전시대에는 헤게모니를 다투는 모습으로 바뀐 데 이어 냉전이 끝난 이후에는 험악한 제국주의자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제국주의의 대표적 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확산시키려는 신윌슨주의(Neo-Wilsonianism)가 다른 나라를 침공하는 제국주의의 모습으로 둔갑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달 20일 트럼프가 취임한 이후 지구촌이 일대 혼돈에 빠졌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반(反) 이민, 보호무역주의, 환율 압박 등 반 질서 ‘트럼프주의’를 선언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구상된 윌슨주의가 제국주의자의 모습을 드러내 부작용이 있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도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아직은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미국 우선주의의 새로운 제국주의적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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