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와 구속 영장 집행으로 대기업이 위축되고 있다. 이전부터 유력 정당들이 대선을 앞두고 반(反)재벌 정서를 의식해 재벌개혁을 내세우고 있고, 대기업에 대한 특검 수사가 겹치면서 대기업의 투자 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삼성 그룹의 총수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삼성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한국경제에 미칠 여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등 재계 단체들은 국내 기업활동의 위축과 해외 이미지 추락을 걱정하는 입장을 내놨다. 정당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자유한국당은 구속에 비관적인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청구 영장 발부와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의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새롭게 구성된 범죄 혐의 사실과 추가로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혀 사법부까지 재벌에 대한 단죄에 나선 형국이다.

문제는 재벌 총수의 구속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단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올해 투자계획을 확정한 곳은 SK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투자만이 아니다. 대다수 대기업은 채용계획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10대 그룹 중 채용방안이 결정된 곳은 절반도 안 된다. 무엇보다 총수 구속이라는 초유의 위기에 직면한 삼성은 채용 규모·일정을 정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과도한 기업 흔들기를 멈추지 않을 경우 경기 진작에는 치명적이다. 대선주자들은 너도나도 재벌개혁을 외치고 야당은 투기자본의 약화를 겨냥한 상법개정안을 밀어붙일 태세다. 특검도 대기업 수사 확대 운운하며 기업 때리기에 가세하는 판이다.

우리 자본주의 경제 운용방식은 인류의 고귀한 가치인 자유에 기반하고 있다. 봄이 오면서 농부만 농사 지을 준비를 하는 게 아니다. 기업들은 한해 농사를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야 할 시점이다. 그럼에도 기업과 투자주가 움츠러들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을 위해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투자와 고용을 책임지는 대기업과 재벌 소유주는 분리해서 은밀하고도 신중한 수사가 요망된다. 대기업을 요란하게 다그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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