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삼월에는 주인이 없다
동대문 발치에서 풀잎이 비밀에 젖는다

늘 그대로의 길목에서 집으로
우리는 익숙하게 빠져들어
세상 밖의 잠 속으로 내려가고
꿈의 깊은 늪 안에서 너희는 부르지만

애인아 사천년 하늘빛이 무거워
<이 강산 낙화유수 흐르는 물에>
우리는 발이 묶인 구름이다

밤마다 복면한 바람이
우리를 불러내는
이 무렵의 뜨거운 암호를
죽음이 죽음을 따르는
이 시대의 무서운 사랑을
우리는 풀지 못한다




감상) 이월의 바람은 주인 없는 떠돌이 개처럼, 말뚝에 묶인 야생마처럼, 개와 같이 사는 고양이처럼, 이월의 바람은 빌려준 돈 못 받은 시어머니처럼, 권사가 된 시인처럼, 행운권 당첨된 노숙자처럼, 이월의 바람은 이월이 지나가도 여전히 이월에 머무는 이월의 바람은,(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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