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64년 7월 19일 밤 로마가 대 화재에 휩싸였다. 불길은 일주일 동안 계속 되었고, 로마 거리는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피해를 키운 것은 로마의 비좁은 거리 구조와 아프리카에서 불어온 강풍의 영향이 컸다. 별장에 설치된 탑 위에서 로마의 불타는 모습을 보고 있던 네로황제는 불타는 로마의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겼다. 화재가 진정되자 네로는 자신의 진두지휘 아래 이재민 구조활동을 펼쳤다. 궁전과 궁전 뜰을 개방, 그곳에 응급 막사를 지어 이재민을 수용했다. 도로 확장, 공공주택 건설 등 복구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로마 거리는 화재 발생 2년 만에 아름답게 복구됐다.

하지만 로마 화재는 네로의 방화로 발생했다는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로마의 도심을 자기 취향에 맞게 재건축하기 위한 건설용지 확보를 위해 불을 질렀다는 것이었다. 네로는 음모설을 잠재우기 위해 당시 로마 시민들에게 평판이 좋지 않았던 기독교인들을 방화범으로 몰아 처형했다. 반(反)크리스트교를 이용, 자신의 혐의를 벗으려 했던 것이다. 네로가 진짜 방화범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수수께끼지만 자신에 대한 의혹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크리스트교도들에게 누명을 씌운 것은 사실이다.

철학자 세네카에게 제왕학을 배운 네로는 처음부터 잔학한 폭군이 아니었다. 처음엔 시민들로부터 성군으로 칭송되기도 했다. 네로가 폭군이 된 것은 어머니 아그리파나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대단한 야심가였던 아그리파나는 네로에게 술을 먹여 강제로 관계를 맺었다. 그때 충격을 받은 네로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끊으려 했으나 쉽게 되지 않았다. 어머니와의 관계가 없었다면 성군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네로의 크리스트교 탄압이 크리스트교의 존재를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해 크리스트교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일부 좌파세력의 네티즌 사이트에 “김정남 암살 배후는 박근혜 대통령이다”라는 음모설이 떠돌아 국가 이미지를 먹칠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을 기각되게 하려고 김정은에게 김정남 암살을 청탁했다”는 황당무계한 내용이다. 큰일만 터지면 등장하는 음모론 발본색원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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