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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 대한민국 인성교육 전문강사
최근 포항시 수험생들의 수능 성취도 추이를 살펴볼 때 나름대로 교육특화도시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일반계 학생들의 수능 성취도는 더 두드러진 감소 폭을 보이고 있다.

어느 지역이나 상위권 (백 분의 90점 이상, 전국 상위 10% 이내 ) 학생들의 변동 폭은 크지 않지만, 중상위권 (80점대~60점대)이라고 할 수 있는 일반고 자연계 학생들의 비율이 2012학년도에 비해 무려 5% 가령 감소한 것이다. 더 우려할 만한 것은 이 비율만큼 하위권(백분위 30점 미만, 전국 하위 30%) 학생들의 비율이 고스란히 증가했다는 데 있다. 한편 상위권을 포함한 중상위권 (100점~60점대 이상 ) 학생들의 비율이 한번 감소한 학교 중 많은 곳에서는 그 이후 몇 년 동안 지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인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학교의 인문계는 4년 동안 무려 15%의 중상위권 학생들이 증발해 버렸다. 자연계는 더 심각했다. 조사한 17개교 일반고 중 4년간 중상위권이 하락한 학교는 무려 10개 학교에 이르고 있고 가장 많이 감소한 학교 24% 가까이가 중상위권에서 하위권으로 이동한 꼴이 돼 있었다.

작은 개미굴이라고 하기엔 조금 심하다 싶을 정도의 통계이다.

꼭 숫자를 보지 않더라도 일선 학교의 수업 현장에 가 보면 참으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많은 학생이 1교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해 급식 시간 전까지 자는 학생들도 있다. 소위 학업을 포기한 학생들의 무기력함이 이젠 많은 학생의 일상적인 학업 태도에서 종종 보인다.

학력저하와 무기력감, 성적이 안 나와 공부하기가 싫어졌던 무기력한 마음에 학업을 멀리했던 원인 등 우리 주변의 여러 현상과 통계들은 이미 수많은 개미굴들이 커다란 둑을 위협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명문대에 갈 수 있는 학생들이 3~4% 정도 있다는 것으로 위로하지는 말자.

지역사회를 이끌어갈 95%의 학생들에게 학업 생활을 주도적이고 열정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대안은 없는지 심도 있게 논의할 때가 됐다.

미래와 진로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계하고 그 과정을 도와주고 지속해서 실천할 수 있는 근육을 키워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교에만 의지하기보다는 더욱 광범위하게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을 경주해야만 한다. 이미 많은 지방도시에서 진행하는 것처럼 부모교육과 학교지원, 학생코칭 등을 지역 시스템화해 지금의 상황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

한 남학생이 건넨 말이 잊히지 않는다. “수능과 내신이 잘 나오고 평소 공부 잘하는 애들은 선생님들이 관심도 많이 가져 주고 제가 아무리 노력하는 모습 보여도 저같이 공부에 항상 바닥이니 저 같은 아이는 관심 밖이니 공부할 의욕이 더 생기지 않아요. 공부를 안 하고 싶은 게 아닌데…. 정말 제가 도움받을 방법은 없나요?” 공부를 잘해서 관심을 받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관심을 받으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많은 아이에게 이제는 제대로 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둑을 무너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대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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