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집들이 내 증오를 모방한다 무거운 지붕을 덮고 문을 걸어 잠근다. 한밤의 거리는 내 눈동자를 모방한다. 검은 호수에 누워 있을지라도 가라앉지 않는다.

한낮의 소리는 내 손가락을 모방한다. 갈라지고 흩어진다. 허공만을 움켜쥔다. 한낮의 우울은 내 목소리를 모방한다. 너를 향해 울린다.

그리하여 너는 내 우울을 모방한다. 동그랗게, 동그랗게 통통해진다. 먹구름은 내 두려움을 모방한다. 땅은 비에 젖는다. 축축한 내 절망을 모방한다.

(하략)




감상) 내가 슬픈 날이면 떠오르는 햇살도 같이 울어주었다. 햇살 아래 산도 정수리를 검게 숙이고 앉아있었고 강이나 바다는 소리 내어 울어주었다. 내가 웃는 날이면 내리던 비도 눈물을 머금은 채 웃어주었고 먹구름은 제 힘을 다해 검은 웃음을 웃어주었다. 나는 오늘 슬프고 아침부터 햇살은 쨍쨍히 울고 있다.(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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