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 개 한 마리가 서 있다
개는 귀신을 본다고 한다
지금은 날 본다
골목에 개 한 마리가 서 있다
내가 보는 것은 개가 아니지만
개가 그곳에 있다
그것은 꼬리를 흔들지 않고
짖지 않고
골목에 서 있다
골목은 길게 이어져 있고
개는 귀신을 본다고 하는데
지금은 나를 보고 있다
감상)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저승 같다는 생각, 아무리 걸어도 닿지 못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게 될 때나 아무리 불러도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될 때 여기가 아무래도 저승 같다는 생각, 나는 그곳에서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누구를 사랑하다 여기 와서 이렇게 가슴을 태우며 살고 있는 걸까.(시인 최라라)
- 기자명 황인찬
- 승인 2017.02.22 17:08
- 지면게재일 2017년 02월 23일 목요일
- 지면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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