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룡 DGB 금융지주 부사장

빌바오 효과는 하나의 문화시설이 도시 전체를 발전시킨다는 뜻입니다.

빌바오(Bilbao)는 스페인 북부의 대서양 해변에 있는 작은 도시입니다. ‘산 아래 있는 도시’라는 뜻의 빌바오는 철강, 조선, 화학 공업도시로 스페인에서 가장 부강한 도시였으나 아시아지역, 특히 우리나라의 철강과 조선업의 성장에 따라 실업률이 35%까지 치솟은 황량한 공업 도시로 추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빌바오는 세계적인 마케팅 학자 코틀러의 “빌바오에는 에펠탑이 없잖아요”라는 조언을 듣고, 도시의 상징적 건축물이 될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하여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 발전했습니다.

미술관이 완공된 1997년 한 해에 135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갔으며 이에 발맞춰 볼거리, 즐길 거리 등 풍부한 관광 인프라를 확충함으로써 경제적 부흥을 이루었습니다.

빌바오는 35만 명의 소도시이지만 이후에도 꾸준히 매년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으며 수십억 달러의 관광수입으로 도시 인프라를 재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빌바오는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히며, 세계 각국 수많은 도시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습니다.

스페인 빌바오 네르비온 강변의 구겐하임미술관

구겐하임 재단은 미국 철강업계의 거물인 솔로몬 구겐하임(Solomon R.Guggenheim)이 소장한 현대미술작품을 보관, 전시하기 위해 193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본관에 이어 베를린과 베니스 그리고 빌바오 분원이 개관되었으며, 헬싱키를 비롯한 세계 여러 곳에서 추가 개관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건축계의 노벨상인 프리츠커상(Pritzker Architectural Prize) 수상자인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설계했습니다. 1997년 완공된 해에 ‘20세기 최고의 걸작품’으로 인정받았으며 구겨진 종이 더미 같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그를 실현하기 위한 건축 시공 기술, 그리고 예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미술작품뿐만 아니라 건축물을 답사하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건물이 들어선 자리는 과거 공장과 화물 열차역이 있었던 곳으로 인접한 네르비온 강변은 주변의 지면보다 15m가 낮고, 반대편에는 다리가 지나는 등의 주변의 도시적 맥락을 고려하여 도심과 강변 양방향에서 미술관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건물 외형은 하나의 커다란 물고기의 이미지를 연상케 하였고, 이를 위해 티타늄 패널 3만 장이 건물 외부를 덮고 있습니다.

반사재질 패널 덕분에 이 미술관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다른 느낌과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낮과 밤의 경치는 완전히 다르고, 네르비온 강 건너의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면서 미술관이 다채롭게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강물에 비치는 미술관은 한 폭의 풍경화 같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술관과 그를 담고 있는 훌륭한 건축물 덕분에 빌바오 효과가 탄생한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구축물인 중국 만리장성을 재방문하는 관광객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주 월성의 신라왕궁 복원 사업으로 생겨날 아름다운 왕궁에는 신라문화 재현 등 다양하고 의미 있는 콘텐츠가 포함되기를 기대합니다.

대구시 전경

동성로를 중심으로 단핵 도심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구 역시 이제 새로운 도심권을 조성하는 등 도심체제의 변화를 위해 노력할 때가 되었습니다.

금호강과 하중도
대구 신천
대구에는 금호강과 신천이라는 수변 공간이 있고 훌륭한 콘텐츠로 재탄생할 수 있는 찬란한 문화유산도 많이 있습니다. 여러 가능성을 토대로 한 깊고 울림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합니다. 지속가능한 과제를 눈 크게 뜨고 찾아봅시다.

우리가 발 딛고 숨 쉬는 도시만의 새로운 빌바오 효과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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