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버리고 철학을 시작하라.”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탁월한 사유의 시선’(21세기북스)은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 교수가 개인과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온 사유의 결정체다.

저자는 나라를 이끌어갈 개인을 각성시키고 함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혁명가이자 문명의 깃발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의 선진화를 철학을 통해 제시한다.

왜 우리는 철학을 해야 하는가? 철학이 나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철학이 지금 이 시대를 극복할 해답을 줄 수 있는가? 소란 섞인 건국, 기적적인 산업화, 혁명적인 민주화는 이루어냈지만 개인의 삶으로도, 국가적으로도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 지금 우리는 전진과 후퇴의 경계에 서 있다.

그리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철학을 시작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철학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거나 그들을 따라 살아보는 차원에 머물러 있었다.

즉 누군가가 한 생각의 결과를 ‘배우는’ 철학이었다. 그러나 철학은 이론화된 진리를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란 스스로 삶에 관해 직접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학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생각하지 못하는 개인으로 이뤄진 국가는 그 방향성을 상실한 것과 같다. 생각의 높이가 시선의 높이를 결정하고, 시선의 높이가 활동의 높이를 결정하며, 활동의 높이가 삶의 수준을 결정하여, 결국 세계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즉 철학이란 자기 스스로 삶의 격을 결정하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갖는 것이며,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의 운명을 결정한다.

우리 사회는 개인의 삶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지금 전진과 후퇴의 경계선에 서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한탄했던 비주체적이고 비독립적인 1925년의 조선과 2017년의 대한민국은 달라진 것이 없다. 선진화로의 상승은 고사하고 민주화 이전의 단계로도 역행하는 형상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에게는 철학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철학은 문명의 끝에 자리해 우리가 걸어온 삶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철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전술적인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시선을 통해 전략적인 차원으로의 상승을 이끌며 기능적인 대답에서 벗어나 스스로 주체적이고 인격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주위의 자극에도 흔들리지 않는 온전한 나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획득한 생각의 높이는 시선의 높이를, 시선의 높이는 활동의 높이를, 활동의 높이는 다시 삶의 수준을 상승시키며, 이는 결국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의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이는 서양 주도의 세계에서 동양이 어떻게 가치를 회복할 것인가와도 궁극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처럼 철학이란 인간 개인의 독립적인 삶을 넘어 한 국가의 선진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기준이 된다. 중국이 철학을 통해 서양을 증오하는 것에서 나아가 전략적으로 극복하고자 한 것처럼 우리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을 분노의 대상이 아닌 전략적으로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가 철학 속에 있는 것이다.

저자는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건명원(建明苑)’의 초대 원장을 맡고 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북경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개인과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관한 깊은 고뇌를 안고 산다. 새로워진 사람들이 이루는 새로운 나라를 꿈꾼다.

저서로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저것을 버리고 이것을’, ‘인간이 그리는 무늬’,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 ‘나는 누구인가’』(공저) 등이 있고, ‘중국사상 명강의’, ‘장자철학’, ‘노장신론’, ‘노자의소’(공역) 등의 책을 해설하고 번역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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