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 말은 심리학에서 ‘노력 정당화 효과’를 상징한다. “엄청난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뭔가를 얻은 사람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같은 것을 획득한 사람보다 그것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 저드슨 밀스가 발표한 연구 결과다. 이 원리에 따라 신고식이 가혹할수록 조직에 대한 신입 회원의 헌신이 월등히 높아진다는 것. 또 54개 부족문화를 연구한 결과 가장 극적이고 가혹한 입회식을 치르는 부족의 내부 결속력이 가장 강했다.

해병대 출신의 엄청난 자부심도 그들이 받은 혹독한 훈련의 소산이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입대한 해병들은 아무나 해병대 훈련을 통과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다르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한다. 이런 의식이 밑바탕이 돼 전역 후에도 끈끈한 전우애를 유지한다. “호된 기합과 지옥훈련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스스로 엘리트의식을 가지며 이러한 의식을 가진 사람들 사이엔 자연스럽게 다른 집단이 이해할 수 없는 고도의 동질감이 형성 된다” 정기인 한양대 교수의 ‘해병대 출신들의 유별스러운 단결력’에 대한 분석이다.

이처럼 자신이 큰 고생을 했거나 큰 노력을 쏟아부은 일을 더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심리현상을 ‘노력 정당화 효과(Effort Justification Effect)’라 한다. 해병대 장교 출신이 취업시장에서 환영받는 것은 극한 상황의 경험이 무한 경쟁시대 기업이 필요한 인력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했던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국 해병대 정하사를 만나고 싶다”며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찾아줄 것을 요청, 화제가 됐다. 45년간 미 해병대에 근무하고 퇴역한 4성 장군 출신인 매티스 장관은 뼛속까지 해병으로 “나는 해병대와 결혼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다. 매티스 장관은 “과거 한미 연합훈련 때 한국에 왔는데 당시 정씨 성을 가진 하사가 추운 날씨에도 김치를 가져다 주는 등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정하사가 군 생활에 영감을 줘 현재의 자신을 있게 했다”는 말도 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을 확인시킨 미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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