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생명공학자 신승일씨도 명예졸업

“창업은 1등이 되고자 발버둥 치던 저에게 엄청난 세상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했다”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열린 제71회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이진열(28·종교학과)씨는 함께 졸업하는 동문에게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인생의 2가지 기회’로 봉사와 창업을 꼽았다.

어린 나이에 한쪽 눈 시력을 잃고 어머니와 할머니 슬하에서 자란 이씨는 현재 스마트폰 잠금화면에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을 띄우고 가상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스타트업 창업가가 됐다.

학교 측은 이씨가 학생 봉사단체 단장을 지내는 등 봉사활동에 전념해 성낙인 총장이 취임한 뒤 강조하는 ‘선한 인재’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특히 창업가로서 도전정신이 다른 사람에게 본보기가 돼 졸업생 대표로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학위수여식에서 성 총장은 ‘메뚜기에게는 얼음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이는 한 철에 매여 살기 때문’이라는 장자의 말을 인용하며 “어색하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여야 미래가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현재 서 있는 위치가 아니다”면서 “여러분이 거주하는 지역·도시·나라·세계를 각기 다른 수준에서 도전 무대로 설정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성 총장에 이어 축사에 나선 로봇공학자 조규진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도 “사람보다 똑똑한 인공지능이 나오는 시대에 내 아이디어 따위는 세상에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지만, (그런 생각은) 틀렸다”면서 “부디, 용기를 가지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학사 2천422명, 석사 1천804명, 박사 699명 등 총 4천925명에게 학위를 줬다.

특히 1952년 법학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 이후 분단 현실에서 공부에 전념하는 데 갈등을 느껴 등록을 포기해 제적된 소설가 최인훈(81)씨에게 명예 졸업장을 줬다.

1957년 화학과에 입학해 5학기를 다니고 휴학한 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적인 생명공학자 신승일(79) 박사도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남북한 이념문제를 다룬 소설 ‘광장’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등을 쓴 최씨는 이날 법과대 학위수여식에 참석해 후배들을 격려했다.

서울대가 종로구 동숭동에 자리하던 시절 학교에 다녀 관악캠퍼스는 처음 방문했다는 최씨는 자신을 “제10회 졸업생이 될뻔했던 사람”이라고 소개해 후배들의 웃음을 끌어냈다.

그는 “지금 내 눈에 보이는 여러분만큼 행복한 인간 존재는 없을 것”이라며 “잠도 설치고 노는 것도 설치며 온갖 흥미로운 일을 공부를 위해 극복한 여러분께 경의를 표한다”고 후배들의 졸업을 축하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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