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네이버에 기금 지급 요청…"사업 계획 둘러싼 오해 해소"

네이버가 중소상공인 상생 사업으로 약속했던 총 500억원 규모의 기금 출연이 오랜 파행 끝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0일 네이버에 ‘중소상공인희망재단(이하 희망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을 재개하라’는 요청 공문을 보낸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희망재단 관리를 맡은 미래부가 2015년 12월 네이버에 기금 출연을 중단하라고 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재개 요청을 한 것이다.

희망재단은 네이버가 2014년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면하는 조건으로 만든 비영리기관이다. 네이버가 희망재단에 출연할 기금 규모는 500억원이었지만 1차로 100억원이 지급된 뒤 재단 비리 문제가 불거져 나머지 400억원에 대한 출연은 무기한 보류됐다.

희망재단은 작년 10월부터 ‘비리 관련자 징계 등 시정 조처를 끝냈다’며 출연 재개를 요청했지만, 기금 사용 계획을 둘러싸고 미래부, 네이버 측과 갈등을 빚으면서 논의가 공전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한국인터넷광고재단(네이버 측이 설립한 다른 공익재단)과의 협력 사업 등에 대해 1기 이사회의 오해가 커 사업 계획 논의가 잘 안 됐다. 새로 2기 이사회가 구성됐고 사업 계획을 둘러싼 오해도 풀려 기금 출연 재개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기금 출연 재개를 요청하는 미래부 공문을 받았다”고 확인하고 “희망재단과 협의해 곧 기금 출연을 하겠다”고 밝혔다.

400억원의 기금 출연이 이뤄지면 희망재단 1기 이사회가 제기했던 출연금 청구 소송은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1기 이사진은 이달 3일 ‘네이버가 출연을 미룰 이유가 전혀 없는데 계속 지급을 미루고 있다’며 네이버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냈다.

희망재단 관계자는 “기금 출연이 제대로 이뤄지면 소송은 의미가 없어진다. 새 이사진이 소송 취하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희망재단은 2014년 출범 당시 네이버·소상공인회·중소기업중앙회가 3분의 1씩 이사 추천권을 나눠 가진 ‘체’ 성격이 강했다.

희망재단이 애초 계획한 사업은 소상공인을 위한 모바일 마케팅 및 국외 진출 교육과 ‘골목상권’ 실태 조사 등이다.

그러나 희망재단은 2015년 가을 비리 의혹에 휘말려 미래부 감사를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회 측 관계자들이 초기 기금 100억원 중 일부를 부당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미래부가 네이버에 기금 출연 중단을 요청했고, 이 때문에 예정된 재단 사업이 축소되거나 취소됐다.

재단은 당시 부당 사용됐던 돈은 현재 모두 채워졌으며, 관련 책임자는 퇴사와 징계 등의 조처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기금 출연이 끝나도 내홍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질적 기관의 체인 재단이 차후 사업 방향을 두고 다시 갈등을 겪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희망재단 2기 이사진은 모두 6명으로 학자·변호사·기업인 등으로 구성됐다. 전임 이사회의 이사 3명은 임기가 남아 잔류했고 다른 1명은 연임하고, 추가로 2명이 새로 선임됐다.

이번 이사회에서 네이버·중기중앙회·소상공인회 측 인사는 각각 1명·2명·1명이며, 나머지 2명은 비(非)정파 경향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과거 검색 서비스 영향력을 남용해 중소 업자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혐의 등으로 공정위 조사를 받았으나, 2014년 희망재단 등 상생사업 분야에 도합 1천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과징금 제재를 면했다.

기업이 이처럼 피해자 구제를 조건으로 정부 제재를 면하는 제도는 ‘동의의결제’라고 하며, 네이버는 당시 함께 조사를 받았던 경쟁 포털 다음과 함께 국내에 도입된 동의의결제의 첫 결정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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