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음에도 정치권은 여전히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겨울의 끝자락이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겨울의 긴긴밤도 이제 ‘벚꽃 대선’으로 향하는 봄기운에 잠을 깬다.

날카로운 겨울바람은 어느새 부드럽게 와 닿는다.

생명의 잉태를 위한 겨울은 참으로 길었고 새 생명의 탄생을 위한 대지는 봄맞이에 분주하다.

겨우내 침묵하며 생명의 씨앗을 준비하던 대지는 한결 부드러워진 봄맞이 바람과 햇살에 수런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대한민국의 겨울은 참으로 뜨거웠다. 봄을 위한 성찰의 시간을 갖지 못했다.

침묵하기엔 분노가 용서치 않았다. 촛불은 겨우내 활활 타올랐다. 분노와 실망을 넘어 새로운 희망을 향한 마음들이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태극기의 물결도 펄럭이고 있다.

대통령 탄핵 추진으로 어수선한 정국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고별 연설장 르포 기사의 한 대목을 새삼 떠올린다.

‘요란한 음악에 덮여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대에 오르면서 함성이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끝은 새로운 시작’임을 알리는 고별연설을 하는 동안 객석 곳곳에서 “4년 더”, “아이 러브 유” 등 다양한 격려의 외침이 터져 나왔고,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공과를 떠나 지지자들에게 오바마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55)가 8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고별연설’을 듣기 위해 지난 1월 10일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로 모여든 사람들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밝았다.

8년 전 ‘희망(Hope)’과 ‘변화(Change)’를 외치던 때의 열광적 분위기와는 달랐지만, “최선을 다한 대통령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여주고, 따뜻한 배웅을 하고 싶다”는 지지자들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이날 시카고에는 아침부터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고 바람이 심하게 불었으나, 도심 남부 미시간호변의 대형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 레이크사이드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의 발길이 쉼 없이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의 과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멈추지 않고 노력하겠다”며 “여러분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다”고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별장에 모인 사람들은 “잘 가요 오바마,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역대 대통령이 퇴임할 때마다 “다시는 저런 대통령이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며 진절머리를 내며 떠나보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많은 국민들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의 ‘치적’보다는 ‘실정’을 떠올리기에 바빴다.

떠나는 뒷모습에 박수를 보내기보다는“ 다시는 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였다. 그래서 다시는 저런 대통령을 선출하지 않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새 대통령을 선택해 왔다.

그런데 결과는 불행하게도 마찬가지였다. 전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선택받은 대통령도 또다시 국민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주며 떠난 정치역사를 갖고 있다. ‘진절머리의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존경을 받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아쉬움 속에 이별할 수 있는 대통령 하나쯤은 가져야 할 때가 됐다.

‘벚꽃 대선’은 그런 대통령이 선택되기를 소망한다.


곽성일 행정사회부 부국장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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