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한신 빌딩 오층 외벽에 매달려 있었다

나는 그때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한신 꽃집은 조금 전에 문을 닫았다

나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빨간 점멸등이 피었다 졌다

한신 빌딩 창문이 노랗게 피기 시작했다

아크릴 꽃이 파르르 떨었다

한 송이 한신 빌딩은 꽃잎 한 장 움직이지 않았다

당기시오 꽃잎이 나를 밀어넣고 퉁 제자리로 돌아갔다



<감상>나는 저녁에 중독되고, 여섯시면 시작되는 세상의 모든 음악에 중독되고. 그 소리를 배경으로 부서지는 파도에 중독되고, 중독인 줄도 모르고 중독되고.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카페에 앉아 있는 것도 앉아서 옆 테이블의 이야기에 자꾸 귀가 열리는 것도 그러다 혼자 멍하니 하늘 한 번 보는 것도. (시인 최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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