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팔 이식 수술 법제화 등 제도정비 약속

▲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손모(35)씨가 24일 영남대병원에서 열린 퇴원식에서 이식 받은 왼쪽 팔을 들어 보이며 기자들의 질문에 소감을 전하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의료진이 국내 최초로 실시한 팔 이식 수술 결과가 성공적인 수준으로 향하고 있다. 팔 이식 수술의 법제화 등 제도적 정비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뇌사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에게서 왼쪽 손부터 손목 아래 팔 5㎝ 정도를 이식받는 수술을 받은 뒤 3주 만인 24일 영남대병원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손모(35)씨는 “야구장에서 시구를 해보고 싶다”는 말로 자신의 상태를 전했다. 그는 “처음에는 수술받은 팔이 조금 어색했는데 지금은 내 손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보탰다.

수술을 집도한 수부외과 전문병원 더블유(W)병원의 우상현 병원장은 “현재는 신경이나 인대 등이 재생이 되는 시기는 아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능이 회복되고 감각도 재생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손을 움직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부반응을 억제하면서 염증이 안 생기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재활치료를 위해 W병원에 다시 입원한 손씨는 수술 하루 만에 손가락을 움직였고 열흘 정도가 지나서는 주먹을 쥐기도 했다. 손가락 다섯 개로 야구공을 쥐고 떨어뜨리지 않을 정도다. 아직 신경이 완전히 살아나지는 않았지만, 손의 움직임에도 전혀 무리가 없는 상태다.

우 병원장은 동맥과 정맥이 잘 흘러서 생물학적으로 조직 괴사 없이 살아있는 것을 1차 성공, 신경재생과 힘줄이 더 잘 움직이는 등 감각과 운동기능 회복의 단계를 2차 성공으로 보는데 성공적으로 판단했으며, 마지막 단계인 면역억제제 복용을 통한 거부반응 조절도 잘 되고 있는 편이라고 분석했다.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은데 조금씩 실마리도 풀리고 있다.

보건복지부 공공복원정책관 등은 지난 24일 손씨 퇴원식에 맞춰 우상현 병원장 등과 1시간여 동안 면담을 하고 제도정비를 약속했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이식대상 장기 목록에 ‘팔’이 포함돼 있지 않아 이번 수술은 ‘무법(無法)’ 상태로 이뤄졌기에 법 개정이 필요하고, 수술비 외에도 팔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가 평생 복용해야 하는 면역억제제도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면 약제비만 100만 원이 넘는 등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인체조직안전법에 뼈·연골·근막·피부·양막·인대 및 건·혈관 등을 기증이 가능한 인체조직으로 규정해 있는데 그 복합체가 이번에 이식한 팔이어서 법률적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 인체조직뿐만 아니라 복합된 팔을 이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작업도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팔 이식 수술이 불법이 아니며 충분히 할 수 있는 수술이어서 의료 수가 지정 등 행정적 뒷받침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팔 이식 수술은 보건복지부가 대구시 의료 신기술 1호로 인정한 바 있다. 1964년 남미에서 처음 시도돼 1999년 미국에서 성공한 이후 전 세계적으로 20건의 수술 성공 사례가 있지만, 그동안 국내에선 팔 공여자가 없어서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었다.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수술을 받은 손모(35)씨가 24일 영남대병원에서 열린 퇴원식에서 수술을 집도한 우상현 더블유병원장 등 의료진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더블유병원 제공.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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