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미 해병대 병장 존 펙은 지난 201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해 폭발 사고로 두 팔과 두 다리를 잃었다. 펙은 나이 스물다섯 살에 가혹한 형벌 같은 사지절단의 절망적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펙은 꿈을 잃지 않고 휠체어에 앉아 의수로 요리 연습을 했다. 요리사가 꿈인 이 청년에게 희망이 찾아왔다. 지난해 10월 뇌사 판정을 받은 한 남성으로부터 두 팔을 이식받게 된 것이다. 사이먼 탈봇 박사가 집도한 수술팀이 장장 14시간 동안의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팀에는 외과 의사는 물론 정형·성형외과, 감염내과 등 의사와 간호사, 기술요원 등 모두 60여 명이 동원됐다. 최근 이식받은 팔을 움직여 요리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한 펙은 “유명한 쉐프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고 행복해 했다.

펙처럼 양팔은 아니지만 1년 전 공장에서 일하다가 사고로 왼쪽 팔꿈치 아래를 잃은 30대 손 모씨에게 국내에서 첫 팔 이식 수술이 시도됐다. 이 수술은 대구의 영남대병원에서 이뤄졌다. 수술을 집도한 대구의 W(더블유)병원 우상현 원장을 비롯한 영남대병원과 W병원 의료진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수술팀은 지난 2일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약 10시간 동안 수술에 매달렸다. 뇌사한 기증자의 팔을 떼 내는 데만 2시간이 넘게 걸렸다. 기증받은 팔의 혈관과 근육, 신경 등을 수술할 수 있는 상태로 시술한 뒤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은 팔 뼈 연결과 근육 부착, 혈관 연결, 피부 봉합 순으로 진행됐다. 힘줄이나 혈관, 신경은 현미경으로 한 가닥씩 정밀하게 봉합하는 미세 접합수술이었다. 손씨의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으로 끝나 24일 마침내 퇴원했다. 현재 손씨는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상태라 한다. 그의 꿈이 ‘야구장에서 시구를 하는 것’이라 했는데 올해 대구야구장에서 그가 시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1998년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팔 이식이 시도된 이후 한해 뒤인 1999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수술이 성공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수술 사례가 70여 건에 불과하다. 서울이 아닌 메디시티 대구에서 미세 접합수술의 총체적 집합체라는 팔 이식 수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