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릿한 장인의 모습 큰 인기…4회 연장 시청률 40% 도전 실패

평생 양복을 짓던 장인 만술(신구 분)의 눈에서는 결국 한 줄기 빛도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눈을 감으니까 오히려 새로운 것이 보이는 것 같다”면서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노인의 삶은 이렇게 저물어갔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새 생명이 태어나며 희망을 이야기했다.

KBS 2TV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지난 26일 시청률 35.8%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8월27일 시청률 22.4%로 출발한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6회에서 30%를 넘어섰고, 40회에서 35%를 넘어서며 방송 내내 인기를 모았다.

드라마는 폐업 위기에 내몰린 100년 된 작은 양복점을 배경으로 속도전과 기계화로 대변되는 시대, 장인의 미학을 추구하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시대에 뒤처졌다는 핀잔 속에서도 한땀 한땀 정성을 들여 양복을 지어나가는 장인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가치와 정서를 소환해냈다.

마지막회에서 만술은 “옷은 다른 의식주처럼 ‘짓는다’는 말을 쓴다. 그건 옷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이라는 뜻이다”며 패스트 패션 시대에 자신만의 속도를 고집하는 월계수 양복점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드라마는 주말극답게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모습의 커플을 배치해 시청률 사냥에 나섰다. 특히 여성들의 캐릭터에 방점을 찍었다.

월계수 양복점처럼 아날로그를 대변하는 가난한 여인 연실(조윤희 분)은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구식’이었다. 사랑에서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을 보여줘 시대착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드라마는 연실의 반대편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재벌 아가씨 효원(이세영)과 동숙(오현경), 선녀(라미란)를 배치해 시대감각과 보조를 맞췄다.


효원과 태양(현우) 커플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마침내 결혼에 골인한 이들 커플의 이야기는 밝고, 경쾌해 시청자의 기분을 업(Up) 시켜줬다.

다만, 드라마는 ‘치정’이라는 이름 아래 배신과 거짓말, 협박, 폭행, 납치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끊임없이 배치돼 후반부 ‘막장’의 길로 들어섰다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연실에 집착하는 기표(지승현)의 이야기를 막판에는 너무 우려먹어 드라마를 질질 늘어지게 만들었다.

선녀가 마치 죽음을 앞둔 것처럼 한동안 끌고 가다 어이없는 해프닝으로 결론 내린 것도 빈축을 샀다.

인기에 힘입어 4회 연장, 시청률 40%를 노려봤지만 기표의 이야기가 쓸데없이 추가되는 등 딱히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시청률이 더 이상 상승하지는 못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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