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지방분권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세계의 흐름은 이미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대도시를 중심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가 민선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지도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동안의 지방자치는 권한이 없는 무늬만 지방자치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의 3대 요인 재정, 입법, 조직이 모두 중앙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명실상부한 지방자치를 이루기 위해선 지방분권이 핵심 요소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을 뜯어고쳐야 하는 개헌이 필수다. 이에 지방분권 선도도시인 대구가 지방분권개헌 기치를 높이 들었다. 지금이 분권 개헌의 골든 타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2년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운동을 주창 한데 이어 처음으로 대구시 지방분권촉진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으며 이듬해 9월 대구시 지방분권협의회가 창립됐다. 올해 2월에는 국회의원회관 대강에서 전국 지방분권협의회 출범식이 열렸다. 다음 달 3일에는 엑스코에서 대선 후보를 비롯해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장 및 의원, 기관단체장, 시민 등 5천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지방분권개헌 대구결의대회’를 앞두고 있다.


△지방분권 개헌 왜 필요한가.

-지방자치제도 부활 이후 25년 동안 주민이 직접 주민대표를 뽑는 선거 자치 등 형식에서는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실질적 지방권한이 거의 없다 는 분석이다. 자치재정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 수준으로 지방세 비율이 매우 낮은 반면 세출 비중은 4대 6 수준으로 지방의 지출비용이 훨씬 많은 등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또 지방정부는 지방의 행정기구와 지방공무원을 둘 수 있으나, 행정기구의 설치와 지방공무원 정원 등은 대통령령(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 에 따라야 하는 등 자율권이 제약을 받고 있다. 자치사무는 어떤가? 국가사무와 지방사무 비율은 7대 3 수준으로 국가사무가 압도적으로 많은 가운데, 지방정부는 고유사무 외에도 중앙정부가 위임한 사무(기관위임사무, 단체위임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조례를 제정할 수 있으나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제정권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 실정에 부합하는 개별적이고 창의적인 조례를 만들 수 없는 한계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감한 지방분권으로 국가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국가개조의 첩경은 지방분권이고 지방분권의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이 필요한 시점에 와있다.

이를 위해 헌법전문에 분권 국가임을 명시하는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1987년부터 유지해 온 현행 헌법의 근본 틀을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분권 국가’임을 명시해야 한다. 프랑스 헌법과 스위스 연방헌법 등 지방분권을 확실하게 명시한 외국 사례이기도 하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분권 대한민국을 명시적으로 선언하는 헌법 체계가 갖추어져야 하고, 그러한 헌법에 따라 자치 재정권과 조직권, 입법권 등 3대 권한의 지방 이양을 명시해야 하며, 이에 따른 법률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구시가 그동안 지방분권 실현을 위해 무엇을 해왔으며, 향후 할 일 은?

-저는 2014년 취임 당시 ‘지방분권 선도도시 추진’을 민선 6기 시장 공약으로 선정하고, 그해 7월 대구시 지방분권 추진 전담조직인 ‘분권 선도 도시추진팀’을 설치했다. 민과 관이 함께 참여하는 ‘대구광역시 지방분권협의회’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분권 선도 도시로서의 기틀을 다져왔다.

지방분권 추진기반 구축을 위해 지난 2011년 전국 최초로 지방분권 조례를 제정 한데 이어 2012년 9월 지방분권협의회를 구성했다. 2016년 10월 대구지역 8개 구·군이 모두 분권 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전국 최초로 광역과 기초가 연대하는 ‘대구시 지방분권협력회의’를 지난해 11월 출범시켰다. 지방분권개헌의 골든 타임이 되고 있는 2017년에 지방분권개헌이 반드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역량 결집 및 전국 확산을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구시가 앞으로 역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분권 개헌’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헌법 전문과 총강에다 지방분권국가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제1조 3항 신설해 ‘대한민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 구성되는 지방분권국가다’라고 명확히 하는 것 이다.

그리고 △자주재정권 △ 자치입법권 △ 자주 조직권 등 3대 권한의 지방 이양을 명시하는 것이다.

자주 재정권은 국세의 지방세 이양을 통해 8대2 세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6년 이후 19.24%인 교부세법 정률 을 21%로 확대하는 ‘지방교부세율인상’, 단계적으로 부가가치세의 20%(현재 11%) 까지 확대하는 ‘지방소비세 세율 인상’, ‘비례적 지방소득세 3% 도입’, 2015년 1월 1일 담배 값 인상에 따른 개별소비세 신설분을 담배소비세로 전환하는 ‘담배 개별소비세 폐지’ 등이다. ‘자치입법권’은 법에 과도하게 제한된 자치 입법권 보장(법령의 범위 안에서 삭제)이다. ‘자주 조직권’은 행정단위의 조직과 직제, 인원을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지방세 신 세원 발굴 및 과세표준 현실화를 통한 세원 확충방안으로는 지역자원시설 세 과세대상 확대(폐기물매립, 천연가스 등), 레저세 과세 대상 확대(스포츠 토토 등), 관광세 도입 논의, 재산세 과세표준 시가 반영률 현실화 지속 추진 등이다.

▲ 권영진 대구시장
“지방분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지방 일을 하면서 제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 대구가 지방분권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 뚜렷하게 등장하기 이전에 2002년부터 지방분권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도시입니다. 사실 저도 제가 중앙정부 공무원을 잠깐 했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부시장 경험을 했고, 또 국회에서 4년이지만 짧은 기간 해보고 이제 지방에 내려가서 대구시장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 고백을 드리자면 서울에 있고, 또 국회 있을 때 지방분권의 소중함을 잘 몰랐습니다. 지방분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지방 일을 하면서 제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앙집권적인 국가 경영방식의 틀을, 우리가 어떻게 보면 조선 시대로부터 근대국가로 오면서 그대로 물려받았습니다. 십 수년째 우리 대한민국이 한 발자국도 더 못 나가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자꾸 ‘분권’하면 대통령제 얘기를 합니다. 미국도 대통령제입니다. 그런데 왜 한국하고는 다를까요? 한국의 대통령제가 저는 5년 단임제라는 것 때문에 이러한 국가 발전의 한계 그리고 국정농단과 같은 그리고, 역대 대통령마다 마칠 때는 불행한 대통령을 만들고 맙니다. 대통령이 불행해지면 국민도 불행해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만이 아닙니다. 미국은 연방제잖아요, 모든 권한을 연방 주로 다 내려보내고 있잖아요, 그런데 대한민국은 모든 것을 중앙이 다 쥐고 있습니다. 돈도 중앙이 가지고 있고, 조직과 인사도 중앙이 가지고 있고, 그 정점에 대통령이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대통령의 과도한 권력, 권한으로 인해서 이러한 국가적 불행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이제는 대한민국이 이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중요한 것이 분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가 통합 신공항 이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어마어마한 예산이 투입되고 10여 년 이상의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당연히 이와 관련된 독립부서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대구시장이 이 부서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이 부서를 만들려면 행자부 가서 빌고 빌어서 1년 한시 기구로 1년 기구로 받아냈습니다. 지금 형편이 이렇습니다.

분권 개헌 개헌의 전문에 대한민국은 분권 국가임을 분명히 선언하고, 그리고 재정과 조직과 입법을 지방에 내려주는 이 명문화된 헌법 규정이 없고는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무환 기자
박무환 기자 pmang@kyongbuk.com

대구취재본부장. 대구시청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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